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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형님이 만든 ‘답안’ 아우들 ‘커닝’

등록 2009-08-17 14:50수정 2009-08-17 14:50

음료 5사 2008년 시장점유율
음료 5사 2008년 시장점유율
롯데 가격인상안 만들면 4개사 한달 뒤 뒤따라
사장도 가담…세정협력모임을 담합장소로 활용
5개 음료업체 가격 담합실태

■ 사장부터 실무자까지 짬짜미 업체 사장들은 2007년 말과 2008년초에 ‘청량음료 거래질서 정상화 협의회’ 등에서 수시로 담합을 모의했다. 또 실무자들은 매달 ‘청량음료 실무자 협의회’에서 만나 월별 목표, 실적, 판촉정보, 영업전략 등의 정보를 교환하며 짬짜미를 실행했다. 현행법상 경쟁사간 모임이나 연락을 통해 정보 교환을 하면 바로 담합에 해당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이를 더 엄격히 적용한다.

증거자료를 보면 업체들이 단순 정보교환을 넘어 구체적으로 짬짜미를 했음이 드러난다. 롯데의 한 실무자가 경쟁사에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가격자료 멜 보냄, 2008년 9월 한번 (가격인상) 취소된 적이 있어 민감하네요, 내부적으로 관리만 해주시구요”라며, 자신의 행위가 위법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시장점유율 1위인 롯데가 한달 정도 먼저 가격 인상안을 작성해 일종의 ‘모범 답안’을 만들면, 나머지 네 엄체가 뒤이어 비슷한 수준으로 값을 올리는 행태를 보였다.

음료 5개사 담합 가격인상 시기 및 내용
음료 5개사 담합 가격인상 시기 및 내용
업체들은 공정위 조사를 전후해 대대적으로 담합 증거자료를 없애기도 했다. 공정위가 확보한 증거 중에는 해태음료 실무자가 “공정위가 음료업계 가격담합과 관련 확인 중, 가격과 관련된 내용 숨김”이라고 보낸 이메일도 있다. 코카콜라 실무자도 “관련 경쟁사 공문 복사본과 컴퓨터 파일들을 공정위 현장조사 때 파기했다”고 진술했다. 롯데가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삭제한 파일 중에서 복구한 자료의 용량만 3.99기가바이트에 이른다. 음료업체들은 공정위의 제재 발표 이후에도 사과는 전혀 없이 “아직 공정위로부터 공식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똑같은 말만 했다.

■ 국세청·공정위도 책임 사장들의 담합 논의 장소가 청량음료협의회라는 공식 자리라는 점도 충격적이다. 협의회는 세정 차원에서 국세청 훈령으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사무국장은 국세청 출신이다. 결국 ‘도박장 하우스’를 열어주듯, 국세청이 업체들의 담합 모의 장소를 마련해 준 꼴이다. 더욱이 협의회 사무국장은 업체 쪽 증인으로 공정위에 출석해 담합 논의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도 부분적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담합이 가능했던 것은 5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75%에 이를 정도로 독과점 상태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00년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롯데의 해태음료 지분(19%)과 공장 인수를 구조조정을 이유로 승인해줘 담합하기 쉬운 시장환경을 조성했다. 실제 롯데와 해태는 이번 담합을 주도했다. 공정위의 전 비상임위원은 “독과점이 심해지면 담합 위험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며 “독과점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에는 공정위가 좀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열 신임 공정위원장도 교수 시절인 지난해 한 발표에서 지난 2000년 공정위가 에스케이(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를 허용한 것을 비판했다.

곽정수 대기업 전문기자, 이정연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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