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와 결혼·경영수업 시작시기 등 비슷
불법승계 논란 거친뒤 그룹경영 전면 부상
불법승계 논란 거친뒤 그룹경영 전면 부상
영향력 커진 이재용 vs 초고속 승진 정의선
이재용과 정의선.
한국의 양대 재벌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 예비주역들이다. 최근 이들은 경영수업 단계에서 벗어나서, 그룹 경영의 전면으로 부상해 경영권 승계 준비를 본격화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현대차 기획·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10여년을 끌어온 불법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일단락지었다. 두 사람은 향후 경영능력 검증 과정에서 서로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자극도 주고받는 라이벌 관계에 운명적으로 놓이게 됐다.
둘은 가족관계, 학업, 결혼 같은 사생활부터 경영수업, 경영권 승계 논란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이 많다. 나이는 이 전무가 41살로 정 부회장보다 두 살이 많지만, 둘 다 국내에서 대학까지 마친 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또 각각 대상과 강원산업이라는 재벌가의 딸과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또 외아들로, 세 명의 여자형제가 있다. 반면 성격은 이 전무가 적극적이고 소탈하지만, 정 부회장은 내성적인 편이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 전무는 2000년 이(e)삼성 이사로, 정 부회장은 한해 전인 1999년 현대차 이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둘의 궤적은 엇갈린다. 정 부회장은 매년 한 직급씩 오르는 초고속 승진으로 10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이 전무도 초기에는 고속 승진을 했지만, 2007년 전무에 오른 뒤 멈춰 있다. 이는 후계자 행보에 신중한 삼성 스타일과 함께, 에버랜드-비자금 사건 등으로 경영권 승계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무는 지난해 2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까지 받았다. 정 부회장도 2006년 비자금 사건이 터지며, 자신이 대주주인 글로비스에 대한 계열사들의 사업물량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정 부회장이 직위는 높지만, 승계의 필수요소인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에서는 오히려 이 전무가 앞서 있다. 이 전무는 삼성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지분 25%를 보유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었다. 반면 정 부회장 보유의 핵심 계열사 주식은 기아차(1.99%)뿐이다. 이 전무는 그룹 내 영향력도 정 부회장의 윗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이건희 회장이 물러난 경영 공백기에 오히려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삼성 임원은 “제이와이(JY·이 전무 별칭)가 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의 경영 현안을 직접 보고받는 등 깊이 관여한다”며 “올해 초 임원인사에서 그의 뜻이 많이 반영된 게 실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경영권 승계의 핵심 관문인 경영능력 검증에서는 사실상 백지상태에 가깝다. 이 전무는 이삼성 경영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따르지만, 그룹이 주관한 사업이어서 평가에 한계가 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실적 개선, 디자인 경영에 공이 거론되지만, 그룹의 ‘이미지 만들기’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경영능력 검증이 어차피 “통과의례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가도에 변수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도 이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은 각각 47%와 34%로, 그룹 내부지분율(총수 일가와 계열사 지분 합계)보다 많다. 증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경영권 승계가 자신들의 투자 재산을 위태롭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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