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기 광명 재래시장에서 이날 상인들이 광명재래시장 재개발 반대 집회 겸 휴업으로 시장골목이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광명/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국 7위규모 광명시장 철거 예정…400여 상인들 생계 막막
“맘놓고 모임 즐길수 있는 곳인데…” 시민 7천명 존치요구 서명
“맘놓고 모임 즐길수 있는 곳인데…” 시민 7천명 존치요구 서명
8일 아침에 북적대던 광명시장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400여 상인들이 이날 오후 모두 문을 닫고 시청 앞으로 몰려간 탓이다. 광명시청 앞에는 상인과 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지역경제 및 중소상인 살리기 광명네트워크’ 발대식이 열렸다. 상인들은 “재래시장을 죽이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3동 광명시장.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재래시장으로, 전국 7위권에 든다. 지역 주민들과 40년 풍상을 함께한 광명시장이 ‘뉴타운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수십억원의 세금을 들여 시장을 현대화한 지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았다. 시장 철거는 2년 뒤에 시작되지만, 그사이 철거를 앞두고 ‘유령 시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서 생계를 이어온 상인들은 “뉴타운은 좋아하면서도 재래시장을 찾아 ‘친서민’을 외치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가슴을 쳤다.
새벽 4시쯤 광명시 가학동의 채소밭에서부터 일을 시작하는 상인 장선옥(47)씨는 “밭에서 딴 호박잎이랑 오이를 시장에서 팔아 아이들 대학 보내고, 여지껏 우리 식구들 먹고살게 했다”며 “그런데 재래시장 살린다고 할 때는 언제고, 누구 좋자고 뉴타운 개발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상인들의 목소리도 매한가지였다. 채소점 ‘호수나물’을 운영하는 서은미(59)씨도 “막내 대학 보내는 데도 지금 벌이가 빠듯한데 이곳마저 없어지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뉴타운 개발에 포함된다는 이야기를 상인들이 처음 들은 것은 지난 5월14일 이효선 광명시장한테서다. 상인들은 2006년 정부지원금 70억원까지 들여 시설을 현대화한 이곳을 없앨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광명시 쪽은 “개발계획 주민설명회 실시와 개발계획에 대한 사항을 인터넷과 지역신문, 지역방송을 통해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씨는 “새벽같이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는 상인들인데, 인터넷에 올렸다며 핑계를 대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광명시장 상인들은 아침 8시께부터 손님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아침에 장 보러 온 손님 가운데는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이 많다. 구로구 오류2동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송순녀(54)씨는 “도매시장보다 값싸고 싱싱해 거르지 않고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물건과 돈을 송씨와 바쁘게 주고받던 ‘군산상회’의 황성자(57)씨는 시장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자 분통을 터뜨렸다. 안경애 광명시장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8월 말 현재, 400여 상점의 상인과 일하는 인원을 합하면 모두 865명이나 된다”며 “광명시장이 사라지면 이들의 일자리와, 이곳과 거래하며 생계를 꾸리는 사람까지 포함해 약 3000여명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선 일이다. 광명은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데, 시장이 없어지면 지역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후 6시께 빈대떡 가게에 손님이 북적인다. 이곳에서도 시장이 없어진다는 소식은 화제다. 광명에서 태어나 50년을 살아온 이상길씨는 “빈대떡 1000원, 칼국수 2000원, 채소나 생선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싼 곳이 없어지면 광명시 물가는 순식간에 올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에 사는 연문웅(72)씨는 “이렇게 값싸고 시설도 깨끗한 광명시장을 찾은 지 1년 됐다”며 “다른 지역 주민들한테도 인기도 많은데 왜 없애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민들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센터는 최근 전국 8개 지역의 재래시장과 같은 상권에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파는 36개 품목의 값을 조사한 결과, 재래시장 판매가가 15.4% 더 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래시장이 지역사회에서 하나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는 것도 시민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그 무엇이다. 광명시 철산동에 사는 지명숙(45)씨는 “광명시장은 시장으로도 훌륭하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이 마음 놓고 한 끼 식사나 모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지욱(56)씨도 “3년 전쯤에 이마트가 들어선다고 해서 반겼지만, 결국 서민들이 싼 물건과 정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은 광명시장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상인들이 시작한 광명시장 존치 요구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어느새 7000명을 훌쩍 넘겼다. 광명/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8일 오전 경기 광명시청 앞에서 열린 광명재래시장 재개발 반대 집회에서 참가상인들이 재개발 반대 연설을 듣고 있다. 광명/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재래시장이 지역사회에서 하나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는 것도 시민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그 무엇이다. 광명시 철산동에 사는 지명숙(45)씨는 “광명시장은 시장으로도 훌륭하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이 마음 놓고 한 끼 식사나 모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지욱(56)씨도 “3년 전쯤에 이마트가 들어선다고 해서 반겼지만, 결국 서민들이 싼 물건과 정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은 광명시장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상인들이 시작한 광명시장 존치 요구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어느새 7000명을 훌쩍 넘겼다. 광명/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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