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발효뒤 15년뒤 흑자감소 관측
정부 “현실성 떨어진다” 발표 미뤄
정부 “현실성 떨어진다” 발표 미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장기적으로는 제조업 대미 무역수지도 악화될 것이란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관세 효과로 농업 분야 피해를 예상하는 분석은 많았지만, 제조업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의뢰한 ‘기발효 자유무역협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시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후 15년이 지나면 7개 제조업 분야 전체의 대미 무역적자가 5억910만3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또 이 보고서는 농업 분야의 경우, 대미 무역적자가 협정 발효 후 15년간 63억6612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분석한 7개 제조업 분야는 섬유·직물과 화학·고무·플라스틱, 철강·금속, 수송기기, 전자, 기계, 기타 제조업 등이다. 이들 전체적으로 발효 1년 뒤에는 2억263만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 증대 효과가 커지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섬유·직물과 철강·금속을 제외한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발효 1년 후와 15년 후를 비교했을 때 무역수지가 장기적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앞서 2007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 연구기관이 합동으로 연구한 분석에선, 제조업의 대미 무역흑자가 발효 이후 10년 동안 46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었다.
또 재정부는 지난 6월 보고서 작성이 완료됐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왔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이번 연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전체적 효과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관세 인하에 의한 수출입 탄력성만을 부분적으로 분석한 것이라서 차이가 있다”며 “수송기기 분야에서 국산 자동차가 미국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90년대 과도기 자료가 포함되면서 정상적 가격탄력성이 반영되지 않아 일부 산업 현실에 맞지 않는 결과가 산출됐다”고 해명했다. 재정부는 이런 사유로 농업 분야는 농촌경제연구원, 제조업 분야는 산업연구원 등에 자문 및 검토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번 보고서에선 애초 2007년 연구와 동일하게 국내총생산(GDP) 등 거시경제 효과를 분석하기로 했지만, 최종적으로 관련 연구가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정부는 협정 발효 뒤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이 6.0% 상승할 것이라는 2007년 연구 결과를 인용해 왔지만, 거시경제 효과분석이 잘못됐다는 반론이 제기돼 왔다. 재정부는 “지난해 말 신규 출시된 분석모델이 아직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아 해당 연구기관이 연구 내용 변경을 제안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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