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겸 신라호텔 전무
업무 직접 챙기는 ‘올라운드형’
오빠에 대한 경쟁심 드러내
재계 “3세경영 본격화”해석
오빠에 대한 경쟁심 드러내
재계 “3세경영 본격화”해석
‘리틀 이건희’ 이부진은 누구?
삼성 3세경영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이부진(사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전무는 ‘리틀 이건희’로 불린다. 부친인 이 전 회장의 외모와 집요한 성격을 빼닮았다는 평이다. 무슨 일을 하면 완전히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 전 회장이 경영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선택과 집중형’이라면, 이 전무는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 ‘올라운드 집중형’이다. 호텔신라 출신의 임원은 “비제이(BJ·부진씨의 영문 이니셜)는 궁금한 일은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며 “꼼꼼히 따지는 그와 몇 시간씩 회의를 하면 대부분 질려버린다”고 전했다.
사업 욕심도 남다르다. 에버랜드 경영도 애초 케이터링사업에 대한 의욕에서 비롯됐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출신 임원은 “비제이가 호텔의 매출신장을 위해 케이터링을 원했는데, 호텔의 고급 이미지와 상충되자 에버랜드에 넘긴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 에버랜드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호텔의 실적을 위해 다른 계열사까지 동원할 정도다. 계열사의 임원은 “그룹 임원들이 신라호텔 카드를 발급받아 회사 행사는 물론 개인 약속 때까지 이용하는 게 그냥 가능하겠느냐”고 전했다. 삼성 구조본의 전 팀장도 “수십만원씩 하는 호텔이용권을 대량으로 찍어, 계열사에 사도록 했다”고 말했다. 계열사 평사원과 결혼해 세상을 놀라게 한 것도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 구조본 출신 임원은 “이 전 회장 부부가 반대했지만 딸이 단식투쟁을 하자 결국 두 손 들어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 대한 경쟁심도 숨기지 않는다. 구조본에 전화해서 왜 오빠만 챙기고 자기는 뒷전이냐고 따진 적도 있다.
이 전 회장도 딸에 대한 애정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계열사의 한 임원은 “비제이가 경영능력을 보여주려고 열심인 데 비해, 제이와이(JY·재용씨의 영문 이니셜)는 그룹 보호 속에 안주한 채 적극적인 모습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구조본 출신 임원은 “이 전 회장이 딸에게 ‘네가 아들이었으면 좋았겠다’는 뜻을 비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부진 전무의 호텔신라 경영성적은 어떨까. 그가 2004년 임원이 된 뒤 5년간 연평균 매출신장률은 20.7%로, 그 이전 5년간의 3.6%에 비해 6배에 이른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도 “지난해 인천공항면세점 진출에 성공하는 등 매출신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성적은 썩 좋지 않다. 매출액영업이익률(수익성)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8%로, 그 이전의 9.5%보다 더 떨어졌다. 또 부채비율(재무안정성)도 66%로, 그 이전의 49.1%보다 나빠졌다.
재계에서는 이 전무의 부상을 삼성 3세경영의 본격화 신호로 해석한다. 그가 오빠와 경영권 승계경쟁을 벌일지는 미지수지만, 계열분리에 그치더라도 그의 몫은 예상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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