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 부정적 반응…효성 “검토중일뿐”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홀로 뛰어든 효성그룹의 결정에 대해 23일 재계와 시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수자금 마련이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이 모두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효성 주가는 전날보다 14.92% 하락했다.
‘무리한 인수’라고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효성의 자금 동원력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매각 대상 지분은 3조6500억원가량이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매각대금은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효성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2분기 기준 1630억원에 불과하다. 이미 2조1000억원의 부채도 안고 있다. 자산 규모 6조원대의 효성이 13조원대의 덩치 큰 ‘고래’를 삼키려면, 결국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풋옵션 4조원을 감당하지 못해 ‘승자의 저주’에 빠져 있는 터여서, 투자자들이 선뜻 나설지는 의문이다.
물론 인수의향서를 냈더라도 반드시 입찰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효성이 중간에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효성그룹 쪽은 “아직 인수가 결정된 것은 아니고 실사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효성이 철저한 계산 끝에 ‘복안’을 마련해뒀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선 화학·섬유회사에서 중공업,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온 효성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정치적으로 과감히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조석래 효성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이명박 대통령과는 사돈 관계라는 점은 이런 추측에 힘을 더한다.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면 효성은 재계 33위에서 10위권대로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김영진 케이비(KB)투자증권 이사는 “효성이 버거운 상대를 인수·합병 대상으로 정한 것 같다”며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중간에 빠지면 기업의 신뢰도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효성은 조심스런 태도다. ㈜효성은 이날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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