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예산·기금 운용계획
세수 줄어 나랏빚 400조 넘어…공무원 임금 2년째 동결
정부가 예산과 기금을 포함한 내년 나라살림을 올해 본예산보다는 2.5% 많고, 추가경정예산에 견줘서는 3.3% 줄어든 291조8000억원 규모로 짰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긴축예산인데도 세수 부족 등에 따라 내년 재정적자는 32조원에 이르고, 내년 말 나랏빚은 사상 처음 40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2010년 예산안 및 기금 운용안’을 확정하고 곧 정기국회에 내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에 우리 경제가 4%(명목기준 6.6%) 성장한다고 보고 예산안을 짰다.
나라살림을 예산과 기금으로 나눠 보면, 세금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예산지출은 202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0.6% 줄어든다. 기금지출은 89조원으로 10.6% 늘어난다. 정부가 세수가 부족한 형편을 고려해 지출 증가를 주로 기금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지속하되, 재정건전성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내년 나라살림을 짰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4월 추경에서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 편성한 사업 가운데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일부만 축소해 남기고, 대부분은 올해 종료하기로 하는 등 지출 증가 억제에 더 초점을 맞췄다.
부문별로는 중소기업·산업·에너지 관련 예산이 1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에 견줘 10.9%나 줄어든다. 교육부문 지출도 37조8000억원으로 1.2% 줄였다. 이른바 ‘4대강 사업’에 3조5000억원을 새로 투입하는 사회기반시설(SOC) 사업도 전체 증가율을 0.3%로 묶었다. 또 공무원 임금을 2년째 동결하는 등 일반공공행정 지출 증가율을 1.8%로 억제하기로 했다.
반면 연구개발(R&D) 예산은 13조6000억원으로 10.5% 늘려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복지·노동·주택 관련 지출은 81조원으로 8.6% 증가하는데, 이는 대부분 공무원연금 등 사회보장 급여액의 자연증가와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까닭이다.
재정수지는 내년에도 큰 폭의 적자가 이어진다. 정부는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 기준으로 내년 재정적자 방어 목표를 32조원으로 잡았다. 국가채무는 내년에 41조1000억원 늘어나면서 올해 말 366조원에서 내년 말 409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대규모 감세와 경기후퇴로 국세수입이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175조4000억원)보다 6조8000억원 적고, 지난해 중기재정운용 방안을 짤 때 예상했던 것보다는 19조4000억원이나 적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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