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레미콘업계 현황
레미콘업체 인가신청…공정위 “12년간 허용건 없어 11월 중 결정”
경제위기에는 기업들의 카르텔(공동행위)도 무죄인가?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국내 레미콘업계가 시장경제의 공적으로 불리는 카르텔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주목된다.
공정위는 전국 37개 지역에 소재한 388개 중소 레미콘 제조업체들과 11개 레미콘 사업자단체들이 카르텔 인가신청을 제출했다고 28일 밝혔다. 레미콘 업체들은 건설경기 위축으로 경영난이 심하다며, 공동 원재료 구매·물량배정·차량운송 관리, 연구개발 등을 2년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레미콘업계의 평균 가동률은 28%, 쌍용양회 등 상위 5대 업체의 평균 순이익률은 16.5%에 그치고 있다.
카르텔은 가격·물량 짬짜미(담합)로 경쟁을 제한해서, 시장경제 전체의 효율성 떨어뜨리고, 소비자 피해를 낳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산업합리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영세 레미콘업체들이 연쇄도산할 경우 지방경제에 악영향이 크다”면서 “한국처럼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일본 레미콘업계도 공동판매제 등 카르텔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성적 공급과잉 상태인 레미콘업계가 정작 필요한 구조조정은 뒤로 미룬 채 미봉책에 불과한 카르텔에 의존하려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레미콘업계는 지난 2002년과 2007년 두 차례 불황극복을 위한 산업합리화 등 비슷한 이유로 카르텔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레미콘업계는 이번 신청에는 중소기업만 참여하고, 인가 대상에서 공동 가격결정은 제외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동 물량배정은 공정위가 불과 한달 전 제재조처를 내렸던 레미콘 입찰 짬짜미의 핵심 사안이다.
다만 공정위로서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가격담합이 아닌 경우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적극 운용하겠다고 한 것이 부담이 된다.
공정위가 공동 브랜드 개발, 연구개발 등 경쟁제한 우려가 적은 부분에 한해 허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97년 이후에는 카르텔 인가신청을 허용한 적이 없다”면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본 뒤 11월 중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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