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독점 이윤 보장해온 규제 26개 개선키로
지난 37년간 오직 2개 업체만 만들어온 술 병마개와, 역시 2개 업체만 생산해온 맥주, 그리고 세계 10위권의 무역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전국에 237명뿐인 도선사(뱃길 안내인) 등 그동안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독점 이윤의 온상이 된 불합리한 규제들이 대폭 손질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17차 회의에서, 시장경쟁을 막아온 26개의 불합리한 진입규제를 폐지·완화하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공정위의 신영선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진입규제는 시장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후생을 해치고 국가경쟁력을 잠식한다”며 “연구 결과 현재의 진입규제를 절반으로 줄이기만 해도 잠재성장률을 0.5%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에 따라 삼화왕관과 세왕금속공업이 독점 공급해온 술 병마개 시장을 개방해 올해 안에 업체 한 곳을 추가로 지정하고, 시장효과를 봐서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 관세청 퇴직자 모임인 관세무역개발원이 독점해온 세관 소유 지정장치장의 화물관리인 업무도 민간에 개방된다. 전체 인원이 237명에 불과해 평균 연봉이 1억650만원으로 국내 1위인 도선사도 내년부터 평가제를 강화하고 국제기준에 비춰 증원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주류업체의 시설기준이 대폭 완화돼 소비자가 더욱 다양한 종류의 맥주·소주를 즐길 수 있게 된다. 현재 맥주는 연간 370만병(500㎖ 기준), 소주는 36만병(360㎖ 기준) 이상 제조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생산업체가 각각 두 곳과 열 곳에 불과하다. 일본은 2004년 맥주 제조기준을 완화한 뒤 제조업체가 270여곳으로 늘어났다. 철광석·석탄 등 대량 화물 화주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에 대해 해운업 등록을 막아온 규정도 40% 이상으로 완화된다.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해온 액화천연가스(LNG) 충전소 운영사업도 내년부터 민간에 개방하고, 우체국의 신용카드 배송 업무와 대한주택보증의 주택보증보험사업의 진입 제한도 사라진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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