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한 주택가 골목에 시범 설치된 엘이디(LED) 가로등. 광원으로 서울반도체 아크리치가 사용됐다. 유럽연합은 모든 가로등을 엘이디 가로등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서울반도체 제공
[‘위기가 기회’ 세계속 한국기업 현장을 가다] ⑩ 서울반도체
수명 반영구적 ‘아크라치’개발 유럽시장 진출 성공
오스람등과 기술공동사용…2011년 세계 ‘톱3’ 목표
* LED : 발광다이오드
수명 반영구적 ‘아크라치’개발 유럽시장 진출 성공
오스람등과 기술공동사용…2011년 세계 ‘톱3’ 목표
* LED : 발광다이오드
“이케아가 오케이했답니다. 물량은 5년 동안 4000만개입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던 배성훈 서울반도체 유럽법인장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4년 가까운 ‘작업’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세계 최대 사용자손수조립(DIY) 가구 유통업체로 세계 곳곳에 대형 매장을 둔 이케아가 가정용 조명기구의 광원으로 서울반도체의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을 쓰기로 한 것이다. 엘이디 4000만개면 1600억원어치에 이른다. 유럽 소비자들은 제품을 고를 때 친환경 여부와 에너지 소모량을 따지기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 참여한 업체들은 절전형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럽 주요 나라들은 이달부터 100와트 백열전구 판매를 금지했고, 가로등의 광원도 엘이디로 교체하고 있다. 가정용 조명기구를 만드는 제조업체와 자동차 회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광원으로 엘이디를 사용하면 전기 소모량을 80% 줄이고, 또 오래 쓸 수 있다. 서울반도체는 일찌감치 조명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초절전형 기술과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았다. 지난 2007년 개발한 ‘아크리치’는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아크리치는 교류전원을 그대로 사용하는 엘이디다. 다른 엘이디 제품이 교류전원을 쓰기 위해 직류로 바꾸는 장치를 달아야 하기 때문에 수명이 짧은 반면 아크리치는 반영구적이다. 서울반도체에 세계적인 조명기구 제조업체와 자동차 회사들의 주문이 쇄도하는 것도 이런 독보적인 기술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울반도체는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아크리치의 개발로 2000건의 특허를 추가하면서, 서울반도체의 전체 엘이디 특허 수는 5000건을 넘어섰다. 독일의 오스람, 미국의 크리, 오스트리아의 트리도닉 등 세계적인 엘이디 전문업체들과 특허 공동 사용(크로스 라이센스) 계약까지 맺었다. 지난 2월에는 세계 1위의 엘이디 공급업체인 일본의 니치아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반도체는 전 세계에 현지법인 3곳과 사무소 25곳을 두고 있다. 서유럽에만도 11개의 사무소가 있는데, 나라별로 하나 이상의 사무소를 두고 있는 셈이다. 각 나라에 파견되는 직원은 5년 이상 근무를 각오해야 한다. 배 법인장은 “각 나라의 문화와 정서에 맞는 방식으로 즉시 응대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엘이디 시장에는 삼성과 엘지 같은 대기업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284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점유율로 보면 세계 6위다. 올해 매출은 지난 8월 말 3000억원을 넘어, 연말에는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까지 매출을 1조3000억원으로 끌어올려, 이른바 ‘톱3’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매출의 60% 이상은 유럽과 북미 등 국외시장에서 이루기로 했다.
‘에디슨의 전구가 지난 100년을 밝혔다면, 앞으로 1000년은 서울반도체 아크리치가 밝힌다.’ 서울반도체의 비전이다. 기존 고객들의 주문량이 빠르게 늘고 있고, 이케아와 필립스 같은 신규 고객들의 주문이 이어지면서 내년 매출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크푸르트/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