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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계경제 불균형의 동상이몽

등록 2009-10-04 18:28수정 2009-10-04 18:36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 불균형(Global Imbalances) 문제가 논란이 됐다. 세계경제 불균형이란 미국은 만성적 국제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만성적 국제수지 흑자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1000억달러로 세계 1위며, 일본,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 반면 미국의 국제수지는 레이건 시절인 1982년 이래 줄곧 적자다. 특히 부시 행정부 이후 국제수지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져 국내총생산 대비 5%를 초과해서 위험수위다.

국제수지 적자는 자국의 생산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는 뜻이고, 그 차액만큼 국외에 빚을 지는 베짱이를 뜻한다. 반대로 국제수지 흑자는 생산보다 적게 소비하며, 국외에 채권을 갖는 개미를 뜻한다. 따라서 미국의 만성적 국제수지 적자라는 동전의 뒷면은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수출해서 번 달러를 갖고 미국 재무부 국채 등 채권을 사주는 현상이다. 베짱이가 나무 그늘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것은 개미가 열심히 일해 채권을 사주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적자국인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신세를 면하고 있는 것은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라는 점(본 난 2009년 4월6일치 ‘기축통화 달러의 운명’ 참조)과, 동아시아 국가의 미국 채권 구입 덕분이다.

그러나 이런 불균형이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균형회복’(rebalancing)을 주장하고 나섰다. 1980년대에도 미국은 수시로 세계경제의 균형회복을 요구했는데, 당시 미국의 표적은 일본의 국제수지 흑자였다. 그 문제는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가 크게 절상되는 바람에 해결됐다. 미국을 살린 일본은 수출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장기간 고생길에 접어들었다.

미국이 다시 ‘균형회복’을 외치고 나섰는데, 이번에는 대상이 중국이다. 문제는 균형회복 방식이다. 미국이 원하는 균형회복 방식은 중국이 무려 30%에 달하는 가계저축률을 낮추고 소비를 늘릴 것과, 저평가된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서 국제수지 흑자를 줄여달라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 과다한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늘리라고 요구한다. 하나의 현상을 놓고 진단과 처방이 이렇게 다르니 동상이몽이 아니고 무엇이냐.

베짱이의 저축률은 작년 1%, 올해 겨우 4% 수준이니 개미와는 비교가 안 된다. 베짱이의 방만한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지난 30년간 미국 경제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저축을 하려야 할 여력이 없다는 로버트 라이시 교수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세계경제 불균형은 미국 경제의 허약체질에서 오는 게 아닐까?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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