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최근 중국은 건국 60돌을 기념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런데 중국 최고 지도부 사이에 성장·분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니 몇 년 전 비슷한 논쟁을 겪은 우리로서는 당연히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분배를 강조하는 반면, 상하이파와 태자당에 속하는 실권파들은 성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자는 낙후한 서부를 개발하는 데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반면 후자는 이미 발전한 동부 해안지방을 더 개발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전자는 분배와 균형발전을 중시하는 반면, 후자는 성장과 불균형발전을 지지한다고 보아도 좋겠다. 상하이파는 원래 성장론자들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장쩌민 주석과 주룽지 총리 콤비는 줄곧 성장지향적인 개방·개혁정책을 폈다. 개혁의 핵심은 과거 똑같이 나누어 먹던 소위 쇠밥통(鐵飯鍋)를 깨뜨리고, 일한 데 따라 차등을 두는 시장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그 결과 당연히 소득격차 확대를 예상할 수 있다. 상하이파의 철학은 분배보다 성장을 강조하는 노선인데, 그 결과 해마다 10% 가까운 고성장을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분배 악화, 도농격차 심화, 부패 만연, 사회적 위화감 팽배라는 부작용이 심각해졌다. 과거 중국의 소득분배는 평등한 것으로 정평이 있었다. 1983년 중국의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조사했더니 0.28이란 값이 나왔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 값을 취하는데 그 값이 작을수록 분배가 평등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평등한 북유럽 몇 나라의 지니계수가 0.25 부근이니 중국의 지니계수가 1983년에 0.28로 나온 것은 세계 어떤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대단히 평등한 분배상태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쩌민, 주룽지의 개혁·개방, 성장지상주의 정책이 계속되자 소득분배는 급격히 악화했다. 1988년 지니계수가 0.38로 나타나 경종을 울리더니 드디어 2005년에는 0.45라는 값이 나왔다. 이 값은 양극화로 악명 높은 미국을 능가한다. 중국의 정책당국으로서는 여간 비상사태가 아니다. 더구나 말로는 여전히 사회주의를 한다는 나라가 이렇게 불평등해서야 체면이 서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도농간 소득격차는 2.4배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 역시 세계적으로 큰 격차다. 이처럼 과다한 소득불평등과 도농격차는 성장의 지속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사회 안정마저 위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진타오 주석이 분배 개선을 목표로 허셰사회(和諧社會·조화사회) 건설을 국정운영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지경에 이른 분배 문제를 이순(耳順)에 접어든 중국이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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