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완만한 상승세” 낙관론 한목소리
재정 한계·수출 증가 불투명…빚소비도 위태
재정 한계·수출 증가 불투명…빚소비도 위태
한국 경제는 ‘더블딥’을 피할 수 있을까?
정부와 한국은행은 한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한목소리로 부정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부에서 더블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며 “내년 이후로 성장세가 완만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15일 국감에서 “한국 경제 움직임은 완만한 상승세로 가고 있으며, 더블딥 형태는 아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대지 않았다.
사실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2분기에 전기보다 2.3%나 증가한 국내총생산(GDP)은 3분기에도 전기보다 2%가량 증가해, 3분기 경제규모는 지난해 3분기 수준을 이미 회복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수출의 회복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은은 2분기 우리나라의 수출이 전기보다 14.7%(국내총생산 집계방식)나 늘었다고 밝혔다. 3분기 수출도 달러환산액으로 2분기보다 5.4% 증가해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느냐다.
수출 증가는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교역이 조금 늘고 있는 덕분이다. 하지만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한국 경제의 회복세는 세계경제의 재고 조정 효과(큰 폭으로 줄어든 재고를 채우느라 생산을 늘리는 것) 때문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세계경제가 더블딥을 겪는다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그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경기회복의 다른 한 축은 민간소비의 급증이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3.6%(물가상승률을 제거한 실질증가율) 늘어나 경제성장률(2.5%)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이 또한 가계소득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한 소비라 토대가 허약하다.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지출과 자산가격 회복에 기댄 가계의 부채 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한다지만, 내년 재정 지출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견줘 줄어든다. 재정이 계속 경기상승을 이끌어가기는 어렵다. 외부 여건이 나빠지더라도 내수로 이를 방어하려면 고용 사정이 좋아져 가계소득이 안정화돼야 하는데, 고용 회복은 매우 더디다. 정책결정자들의 낙관론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고려해야 하는 정책결정자의 ‘립 서비스’로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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