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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탈세의 유혹, 할인의 유혹

등록 2009-10-18 20:42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최근 탈세 사건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얼마 전 국세청이 학원, 병원 등 전문직 자영업자 130명을 조사해서 평균적으로 수입의 60%만 신고해서 1인당 6억8000만원을 탈세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영업자들은 소득 파악이 안 되니 탈세의 유혹이 크다.

19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로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특히 인근 중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다수 목숨을 잃었다. 그 와중에 파괴된 주변 점포의 피해보상 문제가 나왔다. 대구시에서 상인들에게 제시한 보상액은 과거에 신고, 납부한 소득세를 피해보상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누가 봐도 온당한 방안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이 방안에 극력 반대하여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를 무시하는 시청은 각성하라.” 이런 내용이었다. 억지를 부려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심했다.

국세청에서 몇 년 전부터 신용카드 결제에 소득공제 혜택을 준 것이 뜻밖에 오랜 숙제를 푸는 실마리가 됐다. 사람들이 약소하나마 세금 혜택을 보려고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게 됐고, 이것이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노출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지금은 일부 택시조차 카드를 받고 있으니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도 일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소득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요금을 할인해준다는 미끼를 내거는 일부 병원과 변호사 사무실은 여전히 소득 파악의 사각지대다. 여기는 식당과 달리 액수가 워낙 크므로 소비자로서는 할인의 유혹이 크고, 따라서 탈세에 악용됨을 뻔히 알면서도 현금으로 결제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존경받아야 할 전문직인 의사와 변호사가 우리나라 탈세의 최후의 보루로 버티는 모습은 부끄러운 풍경이다.

이 세상에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절세를 원한다. 그러나 합법적 절세와 불법적 탈세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전 영국 재무장관 데니스 힐리는 이렇게 말했다. “절세와 탈세의 차이는 감옥 벽의 두께의 차이다.” 20세기 미국의 범죄왕 알 카포네는 살인, 상해, 방화, 밀조주 등 숱한 중죄를 저질렀지만 교묘히 법망을 피하다가 기어코 투옥되고 말았는데, 죄목은 어이없게도 탈세였다. 한때 1000명이 넘는 부하를 거느리며 ‘밤의 대통령’으로 불리던 희대의 범죄왕은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바위섬 앨커트래즈 감옥에 수감되어 다른 죄수들로부터 수모를 당하며 7년간 수형생활을 했다.(이 감옥을 무대로 만든 영화로 <1급 살인>과 <더 록>이 있다)

“이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세금이다”라고 설파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알 카포네가 새겨들었더라면 구속은 피했을 텐데.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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