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금융위기’ 토론회…“과잉투자·과소비→거품 붕괴”
“낮은 금리에 의존한 정부의 현 위기극복 대책은 새로운 위기를 낳을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매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김영용)이 27일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국제 금융위기는 시장과 정부,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주제로 연 국제컨퍼런스에서 국내외 경제학자들은 저금리정책의 위험성과 함께 과잉유동성 해소를 위한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용덕 대구대 교수와 김학수 한경연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위기의 원인은 정부의 정책실패’라는 발표에서 “위기의 주요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정부의 저금리정책에 의한 과다한 유동성 증가”라며 “저금리를 통한 인위적 경기호황은 지속이 불가능한데, 정부가 지금처럼 위기극복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동원하면 위기가 또 올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학수 연구위원은 “통화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저금리정책을 고수하면 투자자와 소비자의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과잉투자와 과소비를 낳고, 경제에 버블(거품)을 일으켜 결국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면서 “정부가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정하지 말고 시장 스스로 적정 이자율을 찾아가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안재욱 경희대 대학원장도 ‘출구전략과 향후 정책과제’라는 발표에서 “정부가 총 151조원에 달하는 지원대책,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 기준금리 2% 인하 등의 조처를 취한 것은 경색된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줬으나,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주택가격과 주가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등 자산거품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에 심한 충격을 주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조금씩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에 대해 “파산은 자본주의의 본질로서 부실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고, 구제금융은 불황기를 더욱 길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란데스은행의 짐머만 박사도 “세계경제의 회복세 속에서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금융위기의 원인으로는 미국정부의 저금리정책으로 인한 자산버블과 함께 지나친 규제ㅈ완화로 금융시스템 안정을 확보하지 못한 금융감독의 실패가 동시에 지적됐는데,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시장실패’보다는 ‘정부실패’의 책임에 초점이 맞춰졌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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