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수수료 짬짜미 내용
6년간 세차례 인상률 담합…과징금 42억
타당성 검토한 금융감독당국 ‘방조’한 셈
타당성 검토한 금융감독당국 ‘방조’한 셈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6년간이나 수수료 인상을 짬짜미(담합)해 왔고, 금융감독당국은 이를 방조 내지 묵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정보·한신정평가·한국신용평가 등 4개사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신용평가 수수료 인상을 짬짜미한 혐의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42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고 발표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자본시장에서 발행·거래되는 기업어음이나 채권 등에 대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업무를 하는데, 4개사가 국내시장을 100% 장악하고 있다.
조사결과 4개사는 2003년 1월, 2005년 1월, 2008년 5월 등 세차례에 걸쳐 기업어음·회사채 평가수수료를 올리면서 대표이사·본부장·기획실장들이 18차례나 사전모임을 갖고 수수료 인상률을 짬짜미했다. 이들이 짬짜미한 기업어음·회사채 평가수수료의 최대 인상률은 2003년 42.4%, 2005년 18.1%, 2008년 33%에 달했다. 특히 대기업 기업어음의 수수료 최고한도는 2002년 800만원에서 2008년 2000만원으로, 2.5배 껑충 뛰었다.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1997년 100억원대에서 2008년 600억원대로 10여년 사이 6배 이상 커졌는데, 신용평가사들은 짬짜미를 통해 높은 수익을 챙겼다. 채규하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한기평·한신평 두 회사의 평균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담합 이전인 2002년에는 19.65%였으나, 담합 이후에는 최대 27%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은 수수료 인상 합의안을 만든 뒤 금융감독당국에 보고했고, 감독당국이 타당성을 검토해 조정안을 통보하면 업체들이 재협의 뒤 인상안을 최종 확정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당국이 사실상 업체들의 짬짜미를 방조 내지 묵인한 셈이어서, 신용평가사들도 감독당국이 수수료 인상을 행정지도해 온 관행을 공정위가 고려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수수료 인상에 관한 행정지도를 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정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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