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체 ‘가격할인 허락맡아라’ 강요

롯데칠성 등 ‘대형마트·대리점 통제’ 적발돼 과징금

주요 음료업체들이 대형마트와 대리점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판매가격을 마음대로 내리지 못하게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롯데칠성, 코카콜라, 해태음료, 동아오츠카 등 4개 음료업체들이 대형마트, 대리점 등에 재판매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게 한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롯데칠성이 5억원, 코카콜라가 3억원, 해태음료가 1억4000만원 등이다. 동아오츠카에는 시정명령만 내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칠성과 코카콜라는 대형마트 등의 제품 판매가격을 현장 점검하거나 가격을 협의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판매가격을 지키도록 강요했다. 또 마트 납품가격을 올리기에 앞서 소비자 판매가격을 먼저 인상하도록 했고, 마트에서 가격할인 행사를 할 때는 음료회사와 사전 협의해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롯데칠성과 해태음료는 대리점이 소매점이나 각종 업소에 제품을 공급하는 가격도 일정 수준으로 묶었다. 대리점 계약서에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거나 대리점 주인에게 각서까지 받았다. 동아오츠카는 현장점검을 통해 대리점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정한 판매가격을 지키도록 했다.

유통시장의 ‘큰 손’인 대형마트가 음료업체의 말을 잘 들은 이유는 음료회사들이 대리점에 대해서도 가격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음료회사들은 정해준 재판매가격을 준수하지 않으면 대리점을 퇴출시켰다. 대형마트가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지 않아도 적절히 이윤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이들 4개 음료업체는 각종 음료 가격을 담합해 올렸다가 지난 8월 공정위로부터 총 2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