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을 둘러싼 보험-은행업계 주장·보험사 지급결제시스템 참여방안
보험업계 “소비자 편익 높여” vs 은행권 “금융 안정성 해쳐”
법개정안 국회 1년째 표류…이달 정무위 공청회 앞둬
국외 사례없고 규제강화 흐름 겹쳐 논의 더 길어질 듯
법개정안 국회 1년째 표류…이달 정무위 공청회 앞둬
국외 사례없고 규제강화 흐름 겹쳐 논의 더 길어질 듯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는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뛰고 있지만, 은행업계에서는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고, 금융위기 이후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는 이달 공청회를 거쳐 정무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지만, 의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나뉘어 올해 안에 결론을 낼지 불투명하다.
■ 보험사 지급결제 소비자 편의 높이나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면, 보험계약자가 은행 계좌를 거치지 않고 보험사 계좌에 바로 보험료를 입금하고 보험금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보험사 계좌에 돈을 맡긴 뒤 공과금이나 카드 대금 등을 결제하고 자동 입출금기를 통해 인출할 수도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고객 편의가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은행 쪽에서는 보험사 지급결제가 허용돼도 고객에게 도움될 게 없다고 반박한다. 윤성은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장은 “지금도 은행 계좌에서 고객 수수료 부담없이 보험료가 보험사로 자동이체되고 보험금도 은행계좌로 입금되고 있어 아무런 불편이 없다”며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금융결제원 가입비와 전산비용 등 인프라 구축비용의 상당부분이 고객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금융시스템 안정성 해칠 우려는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관련해, 보험업계는 “고객이 지급결제용 등으로 맡긴 돈은 기존의 보험상품과는 섞이지 않게 별도의 주머니를 만들어 관리하고 외부은행에 100% 맡겨놓을 것이기 때문에 위험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은행업계와 지급결제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성은 부장은 “보험사가 파산하거나 지급할 보험금이 부족할 경우, 보험사가 지급결제용 자산을 외부에 위탁했다고 해도 압류 대상이 된다는 게 유력 법무법인들의 유권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예금보험 시스템과 한은 긴급 유동성 지원의 대상인 은행에 비해 보험은 상대적으로 위기에 취약하다”며 “보험사뿐 아니라 증권사도 애초에 지급결제 참여를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지급결제용 자산을 따로 관리하는 ‘예치금 계좌’를 현행 보험업법상 만들 수 없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근거조항은 없지만 법 개정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실명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험상품은 금융실명제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보험사의 지급결제용 자산이 금융실명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지급결제 자산은 보험상품 계좌가 아니라 예치금 계좌로 관리할 것이기 때문에 금융실명제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한 외국사례 있나 은행 쪽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 지급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사례가 없다는 점을 반대의 주요 논리로 내세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캐나다가 2001년부터 보험사 지급결제를 허용한 바 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외국의 경우 지주회사 산하에 지급결제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법으로 허용이 됐지만 보험사가 직접 지급결제 업무에 참여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 쪽 주장대로 아직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가 직접 지급결제 업무를 하고 있는 사례는 없는 셈이다. 윤성은 부장은 “이는 보험사 지급결제의 위험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증권사가 이미 지급결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보험사에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증권사와 달리 보험사는 대출을 할 수 있어, 대출 기능에 예금을 받는 수신 기능까지 더하면 완벽한 은행”이라며 “이는 우회적으로 은행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국내 금융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더 나아가 “보험사 지급결제 문제는 결국 재벌계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쪽에서는 이런 확대해석에 대해서 선을 긋고 있다.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은 “고객에게 다양한 지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지 예치금으로 대출을 하거나 금리 경쟁을 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은행 쪽의 우려도 상당 부분 반영하는 만큼 금융시장이나 다른 금융권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쥔 국회 쪽에서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좀 잃고 있다”며 “논의 과정을 거쳐 법안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 연말까지 통과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한 외국사례 있나 은행 쪽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 지급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사례가 없다는 점을 반대의 주요 논리로 내세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캐나다가 2001년부터 보험사 지급결제를 허용한 바 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외국의 경우 지주회사 산하에 지급결제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법으로 허용이 됐지만 보험사가 직접 지급결제 업무에 참여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 쪽 주장대로 아직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가 직접 지급결제 업무를 하고 있는 사례는 없는 셈이다. 윤성은 부장은 “이는 보험사 지급결제의 위험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증권사가 이미 지급결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보험사에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증권사와 달리 보험사는 대출을 할 수 있어, 대출 기능에 예금을 받는 수신 기능까지 더하면 완벽한 은행”이라며 “이는 우회적으로 은행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국내 금융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더 나아가 “보험사 지급결제 문제는 결국 재벌계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쪽에서는 이런 확대해석에 대해서 선을 긋고 있다.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은 “고객에게 다양한 지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지 예치금으로 대출을 하거나 금리 경쟁을 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은행 쪽의 우려도 상당 부분 반영하는 만큼 금융시장이나 다른 금융권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쥔 국회 쪽에서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좀 잃고 있다”며 “논의 과정을 거쳐 법안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 연말까지 통과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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