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인터넷도 보편서비스에 포함시키려는데…
우리나라와 미국이 통신 쪽 보편적 서비스 정책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국민의 통신서비스 이용 보장을 위해 통신 쪽 보편적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통신 쪽 보편적 서비스는 통신업체들의 이기주의에 밀려 후퇴하고 있다.
10일 외신 보도들을 종합하면, 미국 에너지통상위원회의 통신·인터넷소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릭 바우처 민주당 의원은 초고속인터넷을 보편적 서비스에 포함시키는 것을 뼈대로 하는 ‘보편적 서비스 기금(USF) 운영 법률’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바우처 의원은 “개정안은 초고속인터넷을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편적 서비스 기금으로 보전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오바마 정부의 ‘초고속인터넷 확산 프로젝트’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보편적 서비스 기금 제도는, 유선전화 등을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하고 농·어촌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에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이에 따른 손실을 통신업체들이 낸 기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이다. 미국 통신업체들은 보편적 서비스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해마다 수익의 12% 정도를 내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이 추가로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되면 통신업체들의 기금 부담은 더 늘어난다.
우리나라도 통신 쪽에 보편적 서비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케이티(KT)의 시내·공중전화·선박통신 등을 ‘보편적 역무’로 지정해,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통신 쪽 보편적 서비스는 통신업체들의 이기주의에 밀려 퇴색되고 있다. 공중전화의 경우 적자를 이유로 설치 대수를 대폭 줄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공중전화 설치 대수는 2001년 51만대를 넘었으나 계속 줄어 지금은 17만대를 밑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체들은 이를 다시 10만대 밑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내전화도 케이티 민영화 이후 보편적 서비스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 주민이 유선전화를 신청했다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전주 값을 내라는 요구에 전화 설치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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