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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조성 의혹·자금마련 부담 겹친 듯
외환은 “내년 매각작업도 순탄치 않을것”
외환은 “내년 매각작업도 순탄치 않을것”
특혜시비 두달만에 손들어…하이닉스 운명 ‘안갯속’
■ 포기 결정 왜?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 자산 8조원인 효성이 16조원에 이르는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효성의 주가는 30%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효성 쪽은 꿋꿋이 “인수할 의지도, 능력도 있다”고 항변해왔다.
이런 자신감이 꺾인 가장 큰 이유는 ‘특혜’ 논란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채권단이 매각 방식을 발행주식의 28.1%에 해당하는 1억6548만주 ‘전부’에서 ‘일부’로 변경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채권단이 지난달 30일 마감 예정이던 예비 인수제안서 제출시한을 오는 16일로 미뤄준 것에도 ‘의혹의 눈초리’가 쏠렸다. 효성 관계자는 “그동안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며 “앞으로 채권단과 협상해 아무리 좋은 인수 조건을 끌어내더라도 어차피 다 특혜라고 몰고갈 텐데 정상적인 협상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하이닉스를 인수해 ‘특혜’ 꼬리표를 두고두고 달고 다니느니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효성은 지난 11일 경영진 회의를 통해 ‘인수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이번 결정에는, 조석래 회장 아들들의 미국 호화 부동산 매입과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검찰은 최근 사주 가족의 금융계좌 150여개에 대한 추적에 나서는 등 수사망을 좁혀오고 있다. 4조원에 이르는 인수자금과 매년 설비투자에 쏟아부어야 하는 수조원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효성 쪽이 “연간 7000억원의 현금 창출과 일부 사업·자산 매각을 통해 자체자금을 마련하고 국내외 재무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증권가 등에선 줄곧 효성의 자금 여력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날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 포기 발표문’을 내어, 이런 상황에 대한 억울함 내지는 불만을 토로했다. 효성 쪽은“특혜는 전혀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다”며 “이번 일을 통해 (주주·증권가·언론 등) 시장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통감했다”고 아쉬워했다.
■하이닉스 새 주인 찾기는? 효성의 하이닉스 포기 소식을 주식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였다. 이날 효성 주가는 전날보다 14.80% 오른 7만9100원을 기록했고, 계열사인 효성아이티엑스(ITX)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에 하이닉스 주가는 매각 지연을 우려해 소폭 떨어졌다. 하이닉스 매각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입찰 때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희망한 기업은 효성뿐이었다.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인터내셔널 등 ‘새 주인’을 찾는 다른 대형 매물들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선뜻 국내 기업들이 하이닉스에 손을 내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채권기관별로 이해관계도 새로 조율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매각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한참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하이닉스 매각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이날 “매각 자문사단, 주주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재매각 공고를 하겠다”면서도 “내년에도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쪽에서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효성이 인수 포기 방침을 밝힌 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매각작업은 주주들이 하는 일인 만큼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더구나 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면서, 올 3분기에 영업이익 2090억원으로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나름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워낙 덩치가 커 기존 방식으로는 하이닉스의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꺼번에 특정 기업에 경영권까지 넘기는 것이 아닌 다른 매각 방식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기업이 함께 지분 인수에 나서거나, 주주협의회가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 일부만 블록세일로 팔 가능성도 점쳐진다.
황예랑 김회승 김수헌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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