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크힐이 개발하고 있는 세계 최대 인공섬 ‘팜 주메이라’의 모습.
두바이 재무부 “내년 5월말까지 채무상환 유예” 요청
중동국가 채권 폭락…코스피도 7일만에 1600선 붕괴
중동국가 채권 폭락…코스피도 7일만에 1600선 붕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소속 자치정부인 두바이가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채무에 대해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을 25일 선언했다. 두바이 자치정부 재무부는 25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두바이월드와 자회사인 나힐의 채무상환을 내년 5월30일까지 6개월 동안 유예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바이는 물론 인근 중동국가 채권이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폭락하고, 국내 증시에도 불똥이 튀어 코스피지수가 7일 만에 1600선이 무너졌다.
두바이월드 부채규모는 590억달러로 두바이 전체 부채 800억달러의 75% 가량에 이르러, 이번 채무지급 유예는 두바이 발전모델과 전체 경제시스템에 대한 경고음으로 해석된다. 두바이 자치정부는 이번 채무지급 유예 요청이 두바이월드와 나힐의 구조조정 일환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두바이 자치정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채무지급 유예 요청으로 두바이 채권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가 하루 만에 100bp(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2006년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칙령으로 설립된 두바이월드는 세계 최대 인공섬 프로젝트인 ‘팜 주메이라’ 사업으로 유명한 나힐과 세계 3위 항만운영업체 디피(DP)월드 등을 운영하며 두바이 경제의 중심 구실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의 대규모 차입과 거대 토목공사에 의존한 두바이 발전모델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분석한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인근 중동 국가와 달리 석유자원이 거의 없는 두바이는 중동의 물류 허브로 일찍부터 발전해왔다. 2000년대 들어 대규모 외화차입으로 세계 최고 높이 건물 ‘버즈 두바이’ 같은 거대 공사로 초고속 성장의 상징이 되어 왔다. 그러나 ‘사막의 기적’으로 불리던 경제 발전은 지난해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뒤 본격화한 세계 금융위기에 매우 취약함을 드러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가 경제 위기에서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와중에 터져나온 두바이 사태로 중동의 무역 중심지에 디폴트(채무불이행) 두려움까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두바이월드의 채무지급 유예 요청은 세계 각국 증시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26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6%나 떨어졌다. 상하이종합지수 하락 폭은 하루치로는 지난 8월31일 이후 가장 컸다. 홍콩 항셍지수는 1.78% 하락했다.
26일 국내 증시에서도 ‘두바이 쇼크’가 만만치 않았다. 중동에 진출한 건설회사 주식들이 무더기로 떨어지며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36(0.77%) 내린 1599.52로 마감했다. 성원건설이 7.97% 급락한 가운데 삼성물산도 6.52%나 하락했고 현대건설·지에스(GS)건설·대우건설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물산은 나힐에서 수주한 팜 제벨알리 교량공사를 진행중이다. 두바이에서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 등 2건의 사업을 진행중인 성원건설 쪽은 이번 사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금융업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우리금융과 신한지주가 각각 4.4%, 4.1% 내렸고, 케이비(KB)금융은 1.6% 떨어졌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9월 말 현재 두바이월드와 나힐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신용공여(익스포저) 잔액이 32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조기원 이찬영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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