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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강은 흐르고 싶다

등록 2009-11-29 17:57수정 2009-11-29 22:47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4대강 사업 즉각 중단해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 임기 끝인 2012년 준공을 목표로 정부는 지금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22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등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한반도 대운하라는 황당무계한 공약을 내걸더니 반대가 거세지자 대통령이 포기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정말로 포기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내 임기 중에는’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묘한 말을 했는데, 그렇다면 일단 4대강 사업을 하고, 임기 뒤 운하로 바꾸겠다는 뜻인가? 만일 그렇다면 조삼모사인데, 국민은 원숭이가 아니다.

4대강 사업의 목적으로 정부가 내거는 것은 물 확보, 홍수 방지, 수질 개선, 경관 개선 등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 설득력이 없다. 사업 내용의 중심은 퇴적토 준설과 16개 보의 설치다. 보를 쌓으면 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고 거대한 호소(湖沼)가 된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낙동강에 보를 8~10개 설치하면 물의 유속이 떨어져 상류에서 하굿둑에 이르는 시간이 갈수기에는 현재의 18일에서 190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낙동강 하굿둑에서 발생했던 녹조 현상이 강 전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수질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할 것이 뻔하고, 대구, 부산은 새 취수원 찾기에 부산을 떨고 있다.

4대강 사업은 홍수 방지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홍수가 나는 곳은 4대강이 아니고, 지천이다. 물 부족 해소와도 별 관련이 없다. 물 부족이 심각한 곳은 4대강 주변이 아니라 강원도 산골짜기 같은 곳이다. 이 사업은 지방경제에 큰 혜택이 없다. 주로 서울 소재 대형건설회사 등 소수의 건설족들이 이득을 본다. 산천의 경관이 좋아진다고 주장하지만 모래톱과 여울이 어울린 자연의 강과 시멘트를 들이부은 인공 수로, 어느 쪽이 아름다운가?

외국에서도 과거 강에 인위적 정비사업을 했던 곳을 자연의 강으로 되돌려놓는 사례가 많다. 독일의 이자르강, 스위스의 투어강 등이 좋은 예다. 미국 환경경제학의 대가인 존 번 교수가 지적하듯이 미국에서도 1930년대 콜로라도강 정비사업을 벌였다가 환경파괴를 가져온 끝에 복원사업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19세기 말 최고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의 <경제학원리> 첫 페이지에는 “자연에는 비약이 없다”라는 말이 씌어 있다. 자연개조는 용기가 아니라 오만이다. 강은 말없이 흐른다. 흐르는 강은 앞을 다투지 않는데, 사람들의 욕심과 조급증이 자연을 파괴한다.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올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22조원의 예산은 복지, 교육 등 요긴한 데 써야 한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한, 서민정부, 중도실용을 백번 외쳐도 그건 거짓말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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