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신용도 추락, 가혹한 유예 조건 감수해야
두바이 국가 부도 사태 가능성 배제 못해
신용도 추락, 가혹한 유예 조건 감수해야
두바이 국가 부도 사태 가능성 배제 못해
두바이 정부가 자국내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채무에 대해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선언함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들썩였습니다.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을 미룬다는 뜻의 모라토리엄은 라틴어로 ‘지체하다’라는 뜻의 ‘morari’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돈이 없으니 나중에 갚을게”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빚을 갚을 뜻은 있다는 점에서 속칭 “배째라”고 나자빠지는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와 개념상 구분하기도 합니다.
기업이 부도를 내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채권단과 채무재조정을 하는 것처럼 국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경우에도 외국의 채권금융기관들과 채무재조정을 하게 됩니다. 채무삭감과 이자감면, 채무 상환기간 연장 등을 놓고 협상을 벌입니다. 이를 ‘리스케줄링’(rescheduling)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산을 매각해 빚잔치를 벌입니다. 같은 연방국가 안의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채무를 일부 떠안는 것과 같은 외부의 지원을 받기도 합니다.
빚 상환 유예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넘긴다 해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국가의 신용은 땅에 떨어져 대외거래를 하기 힘들어지는 등 곤란을 겪게 됩니다. 멕시코는 국제수지 적자 심화로 1982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가 80년대 내내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대외 빚 상환을 미루는 데 따르는 조건은 가혹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대외채무 지불을 미루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대가로 강력한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벌였던 한국의 예가 대표적입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국가가 온갖 수모를 겪고 어렵사리 자금을 다시 융통해 온다고 해도 곤경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 수가 많습니다. 두바이의 사정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두바이 ‘정부’가 모라토리엄 사태에 빠진 것은 아니라 해도 두바이월드의 빚이 두바이 전체 부채의 75%에 이르러, 국가 부도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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