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 인터뷰
한편선 경제 회복 자랑…일관성 없어 신뢰 저하
과잉 유동성·정부재정 파탄 가능성이 불안 핵심
한편선 경제 회복 자랑…일관성 없어 신뢰 저하
과잉 유동성·정부재정 파탄 가능성이 불안 핵심
“엠비(MB)정부의 ‘출구전략’ 회피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문 아니겠냐.” 이동걸(사진) 전 한국금융연구원장이 7일 경제개혁연대의 자매기관인 경제개혁연구소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출구전략을 미루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 전 원장이 지난 1월 말 정부가 연구원을 ‘싱크탱크’가 아니라 (홍보수단인) ‘마우스탱크’로 생각한다며 금융연구원장직을 전격 사임한 뒤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는 10개월만에 처음이다. 이 전 원장은 “정부가 한국경제의 회복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자랑하고, 내년 경제성장률을 장밋빛으로 전망하면서도 출구전략을 미루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면서 “출구전략을 쓰지 않으려면 경제회복이 빠르다고 자랑을 말아야 하는데, 이런 일관성 상실이 정부의 신뢰저하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내년 성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한국개발연구원과 마찬가지로) 5% 내외로 밝게 전망하면서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등 아직 변수가 많다며 기존의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을 고수했다. 이 전 원장은 정부가 출구전략을 피하는 속사정에 대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한 정치적 고려 때문일 것”이라면서 “성장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여름쯤부터 이미 출구전략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야 했다”면서“ 지금의 정부정책은 버블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를 버블로 대처하는 것으로, 지금 투기로 이어져 버블이 재연되면 손을 쓸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전 원장은 더블딥(이중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 “지금 한국경제 불안의 근본원인은 경기회복세가 둔화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보다는 과잉유동성의 폭발 위험성과 정부재정의 파탄 가능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과 빠른 경제회복의 공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경제의 체질이 개선된 덕을 본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위기를 더 키웠다”고 꼬집었다. 이 전 원장은 그 근거로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전부터 미국과 통화스왑 체결을 정부에 강하게 건의했다”면서 “정부가 서둘렀으면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후 한달반 동안 풍전등화와 같은 위험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평소 금산분리에 대해 강한 소신을 밝혀온 이 전 원장은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는 결국 재벌에 은행에 넘겨준다는 것으로, 금융감독 실패의 교훈을 역행하는 행위”라면서 “정부가 금산분리가 엄격히 시행되는 국제 현실과 논리를 왜곡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정부의 구조조정 미흡과 산업은행 민영화, 재벌의 경영권 보호 강화를 위한 포이즌필(독약증권) 도입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전 원장은 원장에서 물러난 뒤 지방대에서 객원교수로 강의활동을 하며, 책을 많이 읽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이 전 원장은 금융연구원장에 친엠비 인사가 취임한 뒤 이전에 연구원이 반대하던 금산분리 완화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정권의 나팔수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치인도 아닌데, 전직 원장으로서 직접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사진 경제개혁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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