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 진행상황과 문제점
바람직한 M&A 토론회
가격보다 ‘고용유지’ 우선…채권단 아닌 ‘공공기구’ 주체로
가격보다 ‘고용유지’ 우선…채권단 아닌 ‘공공기구’ 주체로
“시공능력평가 1위의 건실한 대우건설 노동자들이 뭘 잘못했기에 또 팔려가는 유랑 신세가 돼야 하나?”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매각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호와 채권단, 우선인수협상대상자 사이에 온갖 확인되지 않는 ‘소문’만 무성하고, 정작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대우건설 직원들의 목소리는 끼어들 여지가 없는 탓이다. 고용승계 문제는 아예 거론도 되지 않는다. 허 대표는 “기업 매각이 올바르게 진행되려면 노조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인수·합병(M&A)에 노조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등 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노동조합들이 이런 화두를 놓고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머리를 맞댄 토론회를 열었다.
김석연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장기적으로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은 이사회 인원 3분의 1 이상을 노조가 추천해 매각 등 주요 의사결정에 의견을 반영하는 ‘노동자 경영참가제도’ 도입을 주문했다. 당장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 입찰 때 고용 평가 점수를 매기거나 인수 뒤 몇년간 고용유지를 의무화하는 등 매각 원칙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현재 ‘자산 매각 시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돼 있는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조항을 ‘고용’ 위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이 조항 때문에 공적자금 관리기관이 인수 주체의 성격·능력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비싼 값’에 파는 데만 골몰한다는 것이다. 실제 2006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6조원이 넘는 고가에 대우건설을 팔면서, 금호는 인수자금이 모자라 풋백옵션을 내걸고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였다가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되파는 ‘부메랑’을 맞았다. 김 변호사는 “가격 우선의 매각 원칙이 해당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사회적 갈등을 키워 국민경제에 부담을 지운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도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힘을 보탰다.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은행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감독규정을 신설해, 인수한 기업의 재무구조개선 계획 등을 감독 당국에 사후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PEF)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해당 펀드 참여자의 공개를 의무화하고, 인수기업의 잠재적 부실요인이 될 수 있는 풋백옵션 같은 조건은 재무제표상에 적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개인 대출처럼 인수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따져 적정한 대출 규모를 정하는 등 채권금융기관의 심사를 강화하자고도 제안했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채권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방식 대신, 기업 평가나 매각 등을 논의하는 공공기구를 설치하고 주요 사안을 국회에서 결정하자”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채권 회수를 목적으로 하다보니,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나 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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