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평가와 지출규모의 비교
한겨레경제연구소 1천명 조사…2년전보다 11%p 늘어
대기업 18곳중 유한킴벌리·포스코·삼성 순으로 평가좋아
대기업 18곳중 유한킴벌리·포스코·삼성 순으로 평가좋아
이제는 사회공헌을 포함한 사회책임경영(CSR)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해마다 수백억원 내지 수천억원의 거액을 들여 일종의 ‘착한기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럼 어느 기업이 사회책임경영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고 있을까?
한겨레신문사 부설기관인 한겨레경제연구소가 10일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한 국내 18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지출과 국민들의 사회책임경영 평가 사이의 상관성을 살펴본 ‘사회책임경영과 기업명성 조사연구’ 보고서는 이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준다. 비교기업은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차, 에스케이텔레콤, 포스코, 지에스칼텍스, 케이티, 신세계, 현대건설, 케이비국민은행, 신한은행, 한국야쿠르트, 유한킴벌리, 아모레퍼시픽, 홈플러스, 풀무원, 안철수연구소, 엔에이치앤 등이다.
연구소가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유한킴벌리는 ‘사회책임경영을 잘한다’는 응답이 69.7%로 가장 많았다. 포스코(53.3%), 삼성 (52.4%), 안철수연구소(51.9%)도 잘한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그 다음은 엘지 38.7%, 에스케이 37.7%, 풀무원 35.3%의 순서였다. 유한킴벌리는 ‘기업이미지가 좋다’는 응답도 80%로 가장 많았고, 안철수연구소가 72.1%로 2위에 올랐다. 그 다음은 포스코 65.8%, 삼성 62%, 풀무원 59.2%, 엘지 58.7% 등의 순서였다.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서도 유한킴벌리는 긍정적인 응답이 74.4%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삼성 63.3%, 안철수연구소 61.9%, 풀무원 55%, 엘지 52.6% 등이 따랐다.
종합적으로 유한킴벌리는 기업이미지와 사회책임경영 평가, 제품 구매의사 등 3개 분야에서 3관왕에 올랐다. 중견기업인 안철수연구소와 풀무원이 비교적 좋은 점수를 얻었다. 대기업 중에서는 포스코와 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가 나왔고 엘지와 에스케이, 현대차가 그 뒤를 이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은 “기업들의 이미지와 사회책임경영 평가,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의향 사이에는 모두 강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회책임경영 평가가 좋은 기업은 이미지도 좋고, 사회책임평가와 기업이미지가 좋은 기업은 소비자의 제품 구매의향이 높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효율성에서도 유한킴벌리가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아, ‘저비용 고평가’군으로 분류됐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사회공헌비가 128억원으로 다른 대기업에 비해 적었지만, 사회책임경영 평가는 가장 좋았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오랜 사회공헌 활동과 시민사회와의 능동적인 소통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현대차, 엘지그룹, 에스케이그룹은 지난해 사회공헌비를 유한킴벌리의 7~11배에 달하는 800억~1548억원을 쓰고도, 사회책임경영을 잘한다는 응답은 28.9~38.7%에 그쳐, ‘고비용 저평가’군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사회공헌에 각각 1636억원과 4092억원을 지출한 포스코와 삼성은 사회책임경영 평가에서 52.4~53.3%를 받아, ‘고비용 고평가’ 군으로 분류됐다. 나머지 기업은 사회공헌 지출도 적고, 평가도 낮은 ‘저비용 저평가’군으로 분류됐다.
연구소는 또 사회적 책임을 잘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한 구매의향은 55%로 2년 전 조사 때에 비해 11%포인트가 높아지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한 불매의지는 42.9%로 18%포인트나 높아졌다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을 잘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응답은 81.6% 달했다.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역할로는 고용창출, 사회적 약자, 환경, 교육 순으로 꼽혔다. 기업명성을 좌우하는 기준으로는 제품(서비스)의 질, 재무건전성, 사회책임경영 순으로 꼽혔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기업의 이미지나 사회책임경영 평가에는 사회공헌 지출과 함께 기업을 대표하는 총수들의 행태나 기업의 준법 여부 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기업들이 앞으로는 자선활동과 함께 윤리경영을 꼭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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