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36) 제일모직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제일기획 임원 겸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36·사진) 제일모직 전무가 광고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임원직을 겸임하게 됐다. 삼성의 ‘3세 경영’ 구도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제일기획은 지난 주말 조직개편과 함께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를 기획담당 임원으로 영입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제일기획은 영입 이유에 대해 “최근 영국과 미국의 마케팅 업체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하는 때에 이 전무가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국외 자회사를 관리할 적임자로 평가됐다”며 “패션부문 기획담당 임원으로서의 경영 노하우와 성과가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주력제품인 텔레비전 광고 제작을 14년만에 다른 광고사에 맡기면서 제일기획 내부에서 쇄신론이 불거진 것도 오너 일가를 영입한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 전무는 지난 16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삼성가 3세들의 본격적인 경영참여가 자연스레 계열분리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은 최근 승진과 함께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경영 전면에 나섰고,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는 지난 9월부터 삼성에버랜드의 경영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번에 이서현 전무가 제일기획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세 남매간 사업분할 구도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한 대기업 전략담당 임원은 “삼성가 3세와 배우자들이 올 들어 모두 중역으로 승진하면서 핵심 경영진에 오른 것은 향후 재산분할과 계열분리의 밑그림이 그려진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사장이 전자·금융 등 핵심 부문과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고, 이부진 전무는 서비스·건설 부문을, 이서현 전무는 패션·광고 부문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해당 계열사의 지분도 없고 상속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열분리는 아직 먼 얘기”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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