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대그룹의 환율효과
5대그룹은 올 매출액 9% ‘원화가치 하락 탓’
거품 빼면 지난해 매출 더 높아 ‘방심은 금물’
거품 빼면 지난해 매출 더 높아 ‘방심은 금물’
매출액의 10%는 ‘덤’으로 벌었다?
국내 수출 제조업체들이 올해 9월까지 거둔 매출액 가운데 약 10%는 원-달러 환율 상승 덕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국내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는 있지만, 정작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환율 거품’이 낀 셈이다.
22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제조업체 371곳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환율 변동이 매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9월까지의 누적 매출액은 모두 359조5691억원이지만 환율 효과를 제거한 매출액은 330조3121억원에 그쳤다. 전체 매출액의 8.14%에 이르는 환율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상장사협의회 측은 매출액 대비 환율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연도별 매출액 가운데 수출 부문의 매출액을 2004년 평균 원-달러 환율(1143.13원)로 환산해 비교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업체만을 따로 추릴 경우 환율효과는 10%를 넘어섰다.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 수출기업(120곳)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환율효과를 뺀 매출액은 216조8567억원으로 전체 매출액(241조7407억원)보다 크게 낮아졌다. 환율효과를 뺄 경우 사실상 매출액이 24조8840억원(10.29%) 줄어든다는 얘기다.
국내 5대 그룹의 눈부신 실적 역시 사실상 환율효과에 크게 힘입은 것이었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포스코 등 국내 5대 그룹의 상장 제조업체 21곳의 올해 매출액(3분기 말 기준)은 200조3331억원이지만, 환율효과를 뺄 경우 매출액은 17조9401억원(8.96%) 줄어든 182조3930억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 7곳이 누린 환율효과는 약 9조원으로, 이를 감안할 경우 매출액은 84조8585억원에서 75조861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좋다고들 하지만 상당 부분은 환율효과로 인한 것이어서 실제로 그렇게 자랑할만한 게 못된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겉으로 드러난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경쟁력을 높이는 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의 국내 기업 매출액은 355조6883억원으로 올해(359조5691억원)보다 낮지만, 환율효과를 없애면 지난해 매출(383조5179억원)이 올해(330조3121억원)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효과로 인해 매출이 10% 늘어났다면, 기업이 거둔 이익은 환율 상승에 이보다 훨씬 더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올해 국내 기업들의 이익 증가를 전적으로 환율 탓으로만 보기는 힘들지만, 정부의 환율 정책 등 기업의 체력 이외의 다른 요인 덕을 상당히 본 건 사실”이라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수출기업의 환율효과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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