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새해 달력 ‘함께 만들어요’
어린이가 그린 그림…CEO가 찍은 사진…
방위산업체 엘아이지(LIG)넥스원이 제작한 2010년도 달력엔 임직원 자녀들이 손수 그린 무기 그림이 실려있다. 매년 달력에 들어가던 전투기·장갑차 사진 대신에, 지난 9월 ‘우리 엄마, 아빠가 일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엘아이지넥스원’ 그림 응모전에서 뽑힌 작품 12점으로 탁상용 달력을 제작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엔 고객사와 일반인으로 그림 응모대상을 넓혀 달력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지난 24일 김포공항에서 어린이 1000명에게 ‘특별한’ 달력을 선물했다. 창사 40돌을 기념해 지난 4월 연 ‘내가 그린 예쁜 비행기 대회’입상작이 담긴 탁상용 달력(사진 위)이다. ‘미래의 고객’을 위해 올해는 어린이용 달력만 따로 6000부를 제작한 것이다.
기업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담은 2010년 새해 달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임직원과 고객이 참여한 달력을 만들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업체들도 많다. 굽네치킨이 제작한 ‘소녀시대 달력’ 30만부는 열흘 만에 동이 났고, 원더걸스와 슈퍼주니어를 모델로 내세운 비비큐(BBQ)와 교촌치킨도 매출 확대에 톡톡한 재미를 봤다. 시이오(CEO)가 만든 달력도 등장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직접 찍은 야생화 사진 12점이 담긴 내년 달력(아래)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전자부품·트랙터 생산업체인 엘에스(LS)엠트론 심재설 사장도 ‘자연과의 만남’이란 주제로 국외에서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엄선해 달력에 실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별로 따로 만들던 달력을 올해는 그룹 차원에서 통합해 제작했다. 내년에 사옥을 종로구 연지동으로 옮기면서 그룹의 통합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 지원활동을 펼쳐온 한화그룹은 올해도 점자달력 5만부를 무료 배포했다. 기업·산업·우리은행 등은 경비절감 차원에서 달력 제작부수를 지난해보다 10~20% 줄였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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