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적자 지속에 그룹 위기 겹쳐
12월 급여지급 내년 초로 미뤄져
12월 급여지급 내년 초로 미뤄져
금호타이어가 자금 경색으로 12월치 월급을 주지 못했다. 대우건설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대우건설 직접 인수’, ‘사주의 사재 출연’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가운데, 한편에선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월급날인 27일 직원 5500여명에게 월급(110억원가량)을 주지 못하고 내년 1월 초에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금호타이어 쪽은 “연말인데다가 최근 차입금 상환 등 일시적인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겨 월급 지급을 미뤘다”며 “일시적인 문제라서 1월 초엔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공장 등 생산직 노동자 4200명과 사무직은 물론이고, 하청업체 18곳에도 400명분 인건비를 주지 못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3분기까지 3371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손명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장 가동률이 평균 93%에 이르는데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외 판매법인 지원을 위한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자본금은 지난해 9079억원에서 지난 3분기 5053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부채 비율은 지난해 242%에서 3분기 462%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4239억원에서 3분기 8070억원으로 급증했다. 28일에 금호타이어가 갚아야 하는 기업어음(CP)만 284억원, 4분기에 만기에 이르는 기업어음이 2300억원 수준이다. 내년 1분기까지 갚아야 할 돈도 1567억원이다. 대우건설 지분은 5.6%(1827만 주)로 다른 계열사보다 적은 편이지만, 대우건설 매각으로 인한 손실이 2000억원을 웃돌아 금호산업처럼 자본잠식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재고물량 처리 때문에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졌을 뿐, 영업이 활성화되면 곧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평가 기관인 한신정평가는 이날 금호산업의 장기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단기신용등급을 ‘A’에서 ‘A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앞서 지난 24일엔 한국기업평가가 금호 계열사에 같은 조처를 내린 바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금호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1.31~7.97% 하락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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