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이슬람 채권 ‘수쿠크’ 특혜 논란

등록 2010-01-03 20:52

[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이자 금지’ 이슬람 율법따라 배당금형식 수익 지급
세금붙어 불리…‘이자소득 간주’ 법개정 국회 제동
최근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원전 공사를 수주한 것과 관련해 이슬람 자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동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자본이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오일머니가 급증함에 따라 이슬람권의 대표적인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 한 곳이 운용하는 자산만 해도 8750억달러에 이를 정도입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계의 돈줄이 마르자 세계 주요 금융업체들은 이슬람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kuk) 발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수쿠크에 세제혜택을 주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기로 미뤄놓은 것입니다만, 과연 그 때 가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수쿠크라는 채권이 어떤 채권이기에 정부가 이슬람 자본 유치를 위해 세제혜택을 주려고 한 것이고, 국회는 왜 반대를 했을까요?

수쿠크는 이자지급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이자 대신에 실물거래 성격을 갖춰 배당금 형태로 수익을 지급하는 채권입니다. 즉 채권 발행자가 부동산 등의 자산을 특수목적회사 등에 임대한 뒤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금으로 투자자에게 주는 형식입니다. 이슬람권에서는 개인이 집을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경우에도 은행이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은행이 그 집을 직접 사서 개인에게 빌려주고 원리금 대신 주택 사용료를 받습니다. 이슬람 율법에서 이자지급은 금지하지만, 부동산 투자나 자산 리스 등 실체가 있는 거래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얻는 것은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지요. 문제는 이런 실물거래 형식을 통해 수익이 배분되면 국내 세법상 양도세와 부가가치세, 취득·등록세 등 각종 세금이 붙어, 사실상 채권 발행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수쿠크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일반 외화표시채권과 마찬가지로 이자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면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했던 것이지요. 증권사와 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들도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올해 상반기에 수쿠크를 발행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법안을 심사한 국회 기획재정위는 “수쿠크에만 세금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통과시키지 않았습니다. 또 일부 의원은 수쿠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이슬람 과격세력의 테러 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합니다.

국회의 이런 결정에 대해 수쿠크를 발행하려던 금융회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세제혜택을 줘 이슬람 자본을 유치하려고 했던 정부도 이슬람권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신인도가 추락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