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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위기의 그룹들 비장한 각오 “사즉생 자세로 파도 헤쳐가자”

등록 2010-01-04 21:06

위기의 그룹들 비장한 각오 “사즉생 자세로 파도 헤쳐가자”
위기의 그룹들 비장한 각오 “사즉생 자세로 파도 헤쳐가자”
금호·현대·한진해운 등 갈림길 선 기업들
‘승풍파랑’ ‘줄탁동기’ 등 열쇳말로 삼아
4일 오전 새해 첫 출근길, 금호와 현대 등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주요 그룹 임직원들의 발걸음은 그 어느 해보다 무거웠다. 새벽부터 불어닥친 거센 눈보라 탓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올 한해 생존이냐 추락이냐의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이날 시무식에선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승풍파랑’(乘風破浪) 등과 같이 비장함과 결연한 의지를 담은 단어들이 인사말을 대신했다. 거센 변화와 도전에 직면한 기업들이 위기를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까.

“생즉사 사즉생의 결연한 각오로 전 임직원이 하나 되자.”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룹이 창업 6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터였다. 주요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은 곧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을 뼈대로 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안을 채권단에 내놔야 한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란 고사성어처럼 죽기살기의 각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처지다. 박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집념과 도전’의 창업 정신이 필요한 때”라며 “회사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가자.”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승풍파랑’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어떤 난관이 가로막을지라도 최선을 다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1년6개월 넘게 중단되고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해운업 침체로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지난해를 고통스럽게 넘겼다. 현 회장은 “영양분을 축적하기 위해 대나무에 마디가 생기는 것처럼, 관광 중단은 더 높이 자라고자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고 준비하는 기간”이라며, “조금만 더 인내하자”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현대그룹은 올해 현대건설 인수와 북방사업 등 신성장사업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해운물동량 감소와 컨테이너 운임하락으로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본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은 이날 부산 신항만터미널에서 시무식을 열었다. 서울 여의도 본사가 아닌 곳에서 현장 시무식을 연 것은 처음이다. ‘현장’에서부터 분위기를 바꿔보겠단 의지의 표현이다. 최 회장은 “2009년은 창사 이래 가장 힘든 한해였다”며 “불투명한 해운시황이 계속되는 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올해 흑자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2010년은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도 힘든 고비가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은 ‘줄탁동기’(啄同機)라는 고사성어를 들어, 어려운 상황에서 피나는 자기 혁신을 당부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오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도와줘야 하지만, 무엇보다 병아리 스스로 안에서 껍질을 깨뜨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처지를 빗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풍력,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사업화 등에 6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선박 수주 목표액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현대중공업의 오병욱 사장도 “조선 산업은 투자 과다로 위기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차세대 신성장동력사업을 착실히 준비해 매출 21조원을 달성하자”고 말했다.

올 한해 환율과 유가, 금리가 동반상승하는 ‘3고’를 걱정하는 기업들도 많았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한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은 “신3고 위험에 놓이는 등 불황의 쓰나미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비용절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다잡았다. 지난해 하이닉스 인수 포기와 국외 부동산 매매 의혹 등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3고 현상이 예상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겐 올해가 오히려 더 큰 위기가 될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책임지는 자세와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지난해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도 “(최근 일본항공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도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항공사는 규모에 상관없이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다”며, 친환경기업·명품항공사로서 올해 위기를 돌파할 것을 당부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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