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추진 일지
인수·합병 사전설명회 개최…인수의향서 낸 기업 없어 ‘발동동’
“하이닉스는 투자를 위한 현금을 안정적으로 자체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업이다.” (전중규 외환은행 부행장)
지난해 한 차례 매각 작업에 실패한 채권단이 하이닉스반도체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연초부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과 매각주간사는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 사전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매각주간사인 외환은행의 전중규 부행장과 산업은행의 지분을 넘겨받은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 최민구 하이닉스 전략본부장 등이 참석해 하이닉스의 국제적 경쟁력과 투자가치에 대해 적극 홍보에 나섰다.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이 있는 잠재적 투자기업(SI), 재무적 투자자(FI), 매수자를 위한 투자은행(IB) 및 법률자문사, 회계법인 등에서도 60여 명이 자리를 메워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채권단과 매각주간사 쪽에서는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채권단이 보유중인 지분(28.07%) 가운데 15~20%만 매각할 수도 있고, 인수자금도 지원해주는 등 유연한 매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반도체 업종이 경기에 민감하고, 인수 후에도 대규모 투자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애썼다. 전중규 부행장은 “하이닉스는 그동안 매년 1조원 이상 현금 창출력을 보여왔다”며 “선진 경영전략과 규모 있는 투자를 유지한다면 추가 차입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민구 전략본부장은 “반도체 업황이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한 지금이 하이닉스 매입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하이닉스의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단은 입찰에 단독참여했던 효성그룹이 지난해 11월 입찰 포기를 선언하자, 40여 일 만인 지난달 21일 다시 매각 공고를 냈지만, 아직 인수의향서(LOI)를 낸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은 오는 29일이다. 채권단 쪽의 바람과는 달리, 엘지(LG)그룹 등 인수 후보로 입에 오르내리는 국내 대기업들이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도 채권단을 애타게 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등 굵직한 매물이 올해 인수·합병 시장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하이닉스 매각 작업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