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립연도 49년으로 고쳐
계열분리 위한 사전작업 해석도
계열분리 위한 사전작업 해석도
한진해운이 20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정·재계 인사들을 불러 창립 60돌 기념과 함께 ‘회사 뿌리’를 찾는 행사를 열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기념행사에 눈길이 쏠리게 된 배경은 이렇다. 우선 한진해운이 발간한 60주년 기념 사사(社史)에서 한진해운의 역사가 33년에서 60년으로 늘어난 점이다. 지금의 한진해운은 고 조중훈 창업주가 1977년 설립한 구 한진해운(당시 한진그룹)이 1988년 대한선주를 인수하면서 태동했다. 한진해운은 그동안 77년을 창립 연도로 삼고, 2007년엔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도 치렀다. 그런데 올해부터 대한선주의 전신인 대한해운공사의 창립 연도인 49년으로 ‘기준’이 달라졌다. 한진해운 쪽은 “최은영 회장의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해운공사의 맥을 잇도록 사사를 바로잡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 회장은 남편이 세상을 뜬 뒤 2007년 10월 사사편찬팀을 꾸렸고, 2년여 만에 700쪽 분량의 책 2권을 세상에 내놨다.
업계 일부에선 이를 두고 계열분리 움직임과 연관짓기도 한다. 최은영 한진홀딩스 및 한진해운 회장은 지난달 ‘한진해운그룹’이란 표현을 써가며,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회장이 거느린 한진그룹 계열에서 분리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지주회사 설립 이후 최 회장은 부산 신항만에서 현장시무식을 여는 등 부쩍 경영자로서 보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언론과의 접촉에도 적극적이다. 60년사 발간이 한진그룹과 선을 긋고 계열분리를 위해 ‘밑돌’을 괴는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60년사>에선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조 회장 쪽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최근 조 회장은 “조카들이 경영권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최 회장 체제에서 계열분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의 두 딸은 20대 초중반이다. 최 회장은 이날 “아이들은 다른 회사에 취업해 경영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외국 출장으로 행사에 불참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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