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심해도 담합 안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장경제의 공적인 공동행위(카르텔)를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21일 레미콘 업계가 불황타개를 위해 제출한 카르텔 인가요청 가운데 공동으로 수주와 물량배분, 원료구매를 하는 것은 경쟁제한에 따른 위험성이 크다고 보고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공동으로 품질관리와 연구개발을 하는 것은 경쟁제한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고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번 조처는 레미콘업계가 신청한 공동행위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동 수주와 물량배분, 원료구매 등을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불허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정위는 “레미콘업계의 공동 수주와 물량배분, 원료구매는 경쟁제한 폐해가 산업합리화,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보다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공정위가 그동안 독과점의 폐해가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산업합리화, 중소기업 지원 같은 정부정책이나 업계의 경영난,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선별 허용해준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는 경쟁제한성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레미콘 업계는 이번 공정위 조처로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됐다. 공동행위 인가를 신청한 레미콘 업체들은 전국의 388개 업체와 11개 사업자단체를 망라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공정위가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레미콘 업체들의 사정은 돌아보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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