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도 쉿!’ 시계 장인들, 시간을 빚다
스위스 명품시계 ‘예거 르쿨트르’ 공방 가보니
왓치메이커 200명, 고요한 작업실서 현미경으로 작업
직원 한명당 연 50개만 만들어…값은 수백만~수십억
왓치메이커 200명, 고요한 작업실서 현미경으로 작업
직원 한명당 연 50개만 만들어…값은 수백만~수십억
300여년 전 프랑스 신교도(위그노)들은 동쪽 쥐라산맥을 넘었다. 유럽 전역으로 퍼진 종교개혁의 물결을 좇은 그들은 구교의 박해를 피해 깊은 산속으로 향해야 했다. 시계 왕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 인근 ‘워치 밸리’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된다. 당시 신교도의 주축은 노동의 대가를 중시하는 상공인들이었고, 제네바는 귀금속 공예의 중심지였다. 신교도의 정신과 제네바라는 공간의 결합이 명품 시계의 산실로 이어진 것이다. 제네바에서 북쪽으로 1시간 반 차를 달려 도착한 발레 드 주의 르 상티에에는 시계공방 수십 곳이 모여 있다. 각 공방은 역사와 제품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까지 운영하며, 어떻게 세계 유명 브랜드가 될 수 있었는지를 자랑한다. ‘예거 르쿨트르’도 그런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1833년 이곳으로 터를 잡은 뒤 지금도 시계 제작 전 과정을 한데 모아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예거 르쿨트르 공방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까닭에 발소리를 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흰 가운을 입은 공방 직원들은 대부분 손작업으로 시계를 만든다. 현미경으로 작업에 몰두하는 그들 모습은 시계를 ‘만든다’기보다 ‘빚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싶다. 공방에선 1000여명이 시계 제작에 참여하지만, 이 가운데 시계의 장인인 ‘워치 메이커’로 불리는 이들은 200명 남짓이다. 공방은 시계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해 기계장치 개발, 부품 제작, 최종 조립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이다. 예거 르쿨트르의 홍보담당 에스텔 네그렐로는 “하나의 시계가 개발되기까지는 평균 4년, 시계를 실제로 만드는 데는 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금형으로 원재료에서 부품 본을 뜨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하는데도, 1마이크로미터(0.0001㎜)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한 해에 만드는 시계는 약 5만개, 직원 한명당 50개에 불과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예거 르쿨트르가 2010년 새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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