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 4일 경북 포항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 경영구상을 직접 발표하면서, “4조2교대 전환을 포함한 ‘동(動)의 혁신’ 등을 통해 ‘포스코 3.0시대’로 가는 성공스토리를 만들자”고 말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교대제 전환실험]
계열사·협력업체 3만명 상당수 ‘3조3교대’
본사 ‘4조3교대’와 차이…관심 빠르게 확산
여수·순천·울산 등 포스코 인접지역도 촉각
계열사·협력업체 3만명 상당수 ‘3조3교대’
본사 ‘4조3교대’와 차이…관심 빠르게 확산
여수·순천·울산 등 포스코 인접지역도 촉각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인데요…, 우리도 앞으로 4조2교대로 바뀌는 겁니까?” “광양제철소 옆의 여천단지에서 30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장이 지금 4조3교대인데, 포스코가 4조2교대로 바뀌면 영향을 받겠지요?”
재계 5위 기업인 포스코가 현행 4조3교대 근무방식을 4조2교대로 전환한다는 <한겨레> 보도(1월 26일치 1·4면) 이후 문의전화가 쏟아지는 등 사회경제적 관심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우선 포스코 계열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의 기대가 높다. 포스코 계열사는 30여개, 협력업체는 100여개로, 전체 고용 인원은 3만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일하는데 대부분 3조3교대여서, 포스코 본사 직원들의 4조3교대와 다르다. 한 공장에서 일하지만 임금과 교대방식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위화감이 크다. “정준양 회장께서 포스코는 물론 계열사와 협력업체도 모두 4조2교대로 전환해, 그룹 전체의 혁신을 한다는 얘기가 사실입니까?” 광양에서 일하는 한 협력업체 직원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잔뜩 배어있다.
교대조 확대를 통한 학습 강화와 경쟁력 제고라는 유한킴벌리식 혁신(뉴 패러다임 모델)은 근로자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과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또 사회적으로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포스코의 경우 3만명에 이르는 계열사와 협력업체 직원을 10%만 잡아도 3000명이 늘어난다. 재계 30위인 케이시시(KCC·5800여명)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4조3교대를 시행 중인 기업들도 포스코의 4조2교대 전환과 그것이 끼칠 여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포스코를 계기로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 전환에 따른 문제점과 기대 효과 등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근무형태 혁신의 가시적인 영향권에 들어있는 여수·순천·울산 등 포스코 인접지역은 촉각을 더 곤두세웠다. 여천단지의 한 근로자는 “단지 내 석유화학공장의 상당수는 4조3교대”라면서 “영향력이 큰 포스코가 4조2교대 전환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면 다른 곳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교대제를 시행하는 민간기업의 비율은 2007년 현재 11.22%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클수록 교대제 시행 비율이 높아, 실제 교대근무 근로자의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대조 형태는 2조2교대가 64.28%로 가장 많다. 다음은 격일교대 18.99%, 3조3교대 8.87%, 4조3교대 1.05%, 3조2교대 0.92%, 4조2교대 0.16% 순서다. 근로자 부담이 심한 2조2교대나 격일교대를 합치면 83.3%에 달한다. 선진국처럼 일과 삶의 조화가 가능한 4조와 5조 교대의 비중은 1.3%에 그친다.
근무조를 2조나 3조에서 한 조 씩 더 늘리면 고용이 50%, 33%씩 늘어나 심각한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로서는 비용증가가 부담이다. 더구나 영세·중소기업일수록 2조2교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교대조 확대를 위해서는 노사간 양보·협력이 전제조건인데, 현실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다.
‘주간연속 2교대’ 전환에 합의하고도 1년째 답보상태인 현대차 노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조는 현행 ‘10시간+10시간 근무’를 ‘8시간+9시간 근무’로 바꿔 근무시간이 줄어도 임금보전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경영진은 생산량 보전과 생산성 향상을 약속하라고 맞선다.
이런 현실은 정부가 올해 국정과제로 제시한 고용창출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포스코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자리를 나누면서 기업 경쟁력도 높이는 양수겸장의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 패러다임 모델 컨설팅을 해주는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의 이영호 기획관리실장은 “포스코를 계기로 일자리 나누기와 기업혁신이 가능한 교대제 개편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국내 민간기업의 교대조 운영 형태
이런 현실은 정부가 올해 국정과제로 제시한 고용창출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포스코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자리를 나누면서 기업 경쟁력도 높이는 양수겸장의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 패러다임 모델 컨설팅을 해주는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의 이영호 기획관리실장은 “포스코를 계기로 일자리 나누기와 기업혁신이 가능한 교대제 개편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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