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
법무법인 통해 “산은쪽과 의견 조율중” 일방 발표
금호 “결정된 것 없다” 채권단 “조율안돼” 시큰둥
금호 “결정된 것 없다” 채권단 “조율안돼” 시큰둥
‘형제 갈등’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찬구(사진) 전 화학부문 회장이 5일 사재출연과 함께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중인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을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박 전 회장이 사재출연과 경영복귀라는 ‘카드’를 맞바꾸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 쪽은 이날 법무법인 산지를 통해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사재출연 범위와 경영복귀 수순을 두고 의견을 조율 중”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박삼구 명예회장,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부장 쪽과도 만나 금호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할 생각”이라고도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채권단의 워크아웃 적용대상이 아닌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7월 그룹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놓고 형인 박삼구 명예회장과 갈등을 빚은 뒤 금호석화 대표이사직에서 사실상 쫓겨났다. 하지만 금호석화 최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룹 주력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확정된 뒤 오너 일가가 사재출연에 의견을 모으지 못해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이 더뎌지고 일부 협력업체들의 부도위기로까지 이어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박 전 회장한테도 쏠린 상황이다.
이에 박 전 회장은 사재출연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경영에 복귀시켜달라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채권단과 박삼구 명예회장 쪽에 던지고 나섰다. 애초 사재출연에 미온적이던 태도를 바꿔 공세적으로 경영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금호석화는 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그룹 전체 지배권의 향방을 좌우할 사실상 지주회사다.
박 전 회장의 이날 발표에 금호그룹과 채권단 쪽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금호그룹 쪽은 “채권단과 오너 일가 사이에 풀어야 할 문제”라며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 쪽도 “(우리와) 사전조율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 한달이 넘었는데 오너 일가들이 여전히 사재출연 문제로 ‘잡음’을 일으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금호 오너 일가는 박찬구 전 회장 뿐 아니라 박철완 부장 등 오너 3세들의 반대로 아직 채권단에 사재출연 동의서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전원이 사재출연하는 게 당연한데 그걸 두고 싸우고 있으니 황당하다”며 “오너 일가들끼리 논의해 곧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김경락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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