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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은행, 키코 피해 중소기업에 배상책임 없다” 첫 판결

등록 2010-02-08 19:43수정 2010-02-08 20:56

키코 소송 판결 요지
키코 소송 판결 요지
수산중공업 손배소송 패소…관련소송 120건에 영향
중소기업들 “10일 긴급총회 열어 대응책 마련” 반발
“키코는 환위험 회피에 적합한 상품이고, 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지도 않았다.”

3년째 접어든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관련 소송 첫 판결에서 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임성근)는 8일 중장비 제조업체 수산중공업이 “환위험 회피에 부적합한 상품을 충분한 설명 없이 팔아 각각 164억7000만원, 15억7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120여건 진행중인 가운데 나온 첫 판결이어서, 앞으로 이어질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계약한 기업이 유리한 조건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일정 구간 이상으로 올라가면 계약 금액의 2배에 이르는 외화를 낮은 약정 환율로 은행에 팔도록 돼 있다. 이런 조건 때문에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환율이 폭등하자 계약을 맺었던 중소기업들이 큰 손해를 봤고, 태산엘시디(LCD) 같은 기업은 키코 손실로 ‘흑자부도’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키코 계약을 맺은 기업들의 실현 손실은 2조9337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은 2008년부터 “키코는 사기성 계약”이라며 은행을 상대로 잇따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에는 중소기업과 은행이 각각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세계적인 파생상품 전문가를 증인으로 내세워 법정에서 석학들 간의 대리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첫 본안소송 판결은 은행 쪽의 ‘완승’으로 결론이 났다. 재판부는 키코가 환위험을 부분적으로 회피하도록 설계되기는 했지만, 환율 변동성이 낮은 경우에는 오히려 위험 회피 기능이 일반 선물환보다 우수한 만큼 환위험 회피에 부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환율 급등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기업이 위험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들이 계약 과정에서 다양한 통화옵션상품을 제안하고 각 상품의 거래 조건과 내용 등을 충분히 설명했고,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게 당시 국책연구기관 등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은행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앞으로 이어질 소송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키코 계약 자체의 공정성 문제는 이미 가처분 소송 때 결론이 난 사안이고, 계약 체결 때 거래 업체에 대한 고지 의무도 충분히 다했다”며 “원고 쪽에서 부당이익 반환을 주장했는데 은행이 키코 계약으로 과다한 이득을 취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다른 소송도 계약 조건이나 소송 내용이 거의 같으니까, 이번 판결이 앞으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코 피해 기업 쪽은 강하게 반발했다.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 “기업 쪽은 키코로 은행이 취한 프리미엄 혹은 수수료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문서에 대해 ‘문서제출 명령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며 “키코 상품의 구조를 비롯한 주요 내용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판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다음달에 열릴 또다른 본안소송에 대비해 이르면 10일 긴급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공대위는 “대국민 성명 발표와 거리 시위는 물론 필요하다면 형사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수헌 박현철 이정훈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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