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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병철의 삼성경영, 한국식 성공모델이지만…”

등록 2010-02-10 20:46수정 2010-02-10 21:48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 이병철 회장 100주년 기념 학술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한국경영학회 남상구 회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 이병철 회장 100주년 기념 학술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한국경영학회 남상구 회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호암 탄생 100돌 심포지엄
“신유교주의에 선진국 방식 종합해 시너지”
“정경유착 등 해결해야 성장 지속” 지적도
국내 최대 기업집단 삼성을 일군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12일)을 맞아, 그가 추구한 기업모델과 경영철학을 평가하는 심포지엄이 10일 열렸다. 이 회장은 한국경제의 발전 과정과 역사적 궤를 같이하면서, 압축적 고도성장의 성과와 모순이 동시에 투영된 기업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기업인 이병철’이 한국 사회에 남긴 족적과 유산은 무엇인가?

■ 기업사적 평가 전문가들은 이병철 회장의 창업과 성장 과정은 “한국 자본주의와 기업의 발전 단계를 보여주는 표상”이라고 평가한다. 일제 말 이후 우리 산업구조의 변화 시점과 삼성그룹의 성장 변곡점이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장진호 연세대 교수는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삼성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삼성은 초기 자본축적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발전 수준과 자체 역량을 철저히 고려해 사업을 전개해 성공률을 높였다”며 “‘합리 추구’라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그 바탕에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애초 무역업에서 출발해, 1950년대 제당·모직 등 소비재 사업으로 자본을 축적했고, 그 기반 위에 금융업과 중화학·전자 부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는 곧 국내 자본축적 과정이 지주(농업)자본에서 상업자본, 이어 산업자본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삼성은 ‘추격성장 모델’을 잘 활용해 다각화와 성장을 동시에 이뤘다”고 평했다. 그는 “삼성은 국내 사업으로부터 출발해 내부 자본을 충분히 쌓았고, 압축적 고도성장기 정부의 상업차관 등 유리한 경영환경 또한 적기에 활용했다”며 “창업 초기부터 건설·조선·자동차 등 수출 제조업으로 기반을 닦은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과 비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그룹의 매출 비중은 1956년 제당·모직 등 제조 부문이 대부분이었지만, 1966년에는 제조(50%)-금융(33%)-무역(10%) 등으로 다각화됐고, 1986년에는 전자(16%)와 서비스업(9%) 비중이 크게 늘었다. 랑리 박 바르조 소르본대학 극동연구센터 연구원은 “기업사적으로 보면, 이병철 회장 때는 시장 환경을 학습하는 기간(수습)을 거쳐 사업 다각화로 시장을 넓힌(확장) 두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식 기업집단(재벌)의 공과를 발표한 타룬 칸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기업집단은 경기와 관계없이 새로운 창업을 촉진하는 주된 구실을 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도움을 줬다”며 “시장 지배력 오남용과 지배구조 문제 등을 묵인할 수는 없지만, 전세계 신흥시장의 자본축적 시기에는 이런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경제발전 초기에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규모 기업집단이 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한국 경제는 재벌 일변도의 자본축적과 자원배분으로 국가와 자본이 동시에 압축성장을 이뤘다”며 “문제는 나라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이른 지금까지도 주요 기업집단은 물론 정부조차 이런 과거 성장모델에 집착해 불균형 성장의 부작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업모델과 경영철학 이병철 회장이 추구한 삼성의 기업모델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구조다. 랑리 박 소르본대 연구원은 이를 “아시아적 가치인 신유교주의에 선진국의 경영방식을 종합한 독창적인 경영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분석으로는, 한국의 신유교주의와 일본식 경영시스템, 그리고 독일식 생산방식과 미국의 관리방식을 종합한 게 ‘삼성 시스템’이다. 여기에 선진국의 기술 장벽을 넘기 위한 인력 투자, 실용과 성과 중심의 조직관리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낸 “한국식 성공 모델”이라는 것이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경영학)도 “일본과 미국식 경영방식을 접목해 성과를 낸 사례”로 삼성을 평가했다. 이병철 회장이 구축한 독특한 기업모델이 삼성으로 하여금 “기업 규모는 크지만 속도가 있고, 다각화와 전문화의 특성을 모두 보유하면서, 소유경영과 전문경영의 장점을 두루 갖추게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관리의 삼성’으로 불리는 조직체계와 인재 중심의 경영 또한 이 회장이 남긴 유산으로 평가된다. 장진호 교수는 “이 회장은 국내 기업으론 처음 공개경쟁 채용제와 사업부제를 도입했고,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비서실 체제를 도입했다”며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라고 평했다. 김기원 교수는 “삼성이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조직관리와 시스템이 다른 재벌들보다 상대적으로 성숙하다는 방증”이라며 “정경유착과 황제경영, 무노조경영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부정적 요인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기업으로서의 지속적 성장을 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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