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화·특화 ‘쌍끌이 전략’으로 침몰 막아라
[위기의 조선사업] 하
“대기업은 고부가가치, 중기는 특정 선종 집중해야”
일부선 인수합병·업종전환 통한 ‘구조조정’ 주문
“대기업은 고부가가치, 중기는 특정 선종 집중해야”
일부선 인수합병·업종전환 통한 ‘구조조정’ 주문
요즘 조선업계의 화두는 ‘체질 개선’이다. 대형조선소는 사업 다각화, 중소조선소는 특화된 선종 공략을 통해 불황기에 살아남을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조선부문 매출 비중이 사상 처음 30%대로 낮아졌다. 한때 절반이 넘던 조선부문 매출이 줄어든 대신, 해양플랜트와 풍력발전 등 신사업 분야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도 조선부문 매출 비중을 계속 낮추면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선 처음으로 크루즈선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크루즈선과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외부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화력발전설비 등 신사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새로운 먹거리 찾기’는 필요하지만, 세계 조선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조선산업 경쟁력 역시 더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은 1990년대 조선산업을 구조조정하면서 공급능력을 한꺼번에 줄이는 바람에 2000년대 들어 한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뼈아픈 전례를 갖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배영일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넘볼 수 없는 친환경기술 등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에 앞장서려면 연구개발(R&D)투자를 줄여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정작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중소조선소들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대형조선소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무난히 위기를 넘기겠지만, 문제는 단기 금융지원으로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중소조선소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부실조선소 상시 구조조정 방안 등을 내놨지만, 문제 해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12일 울산시가 지역 중견 조선해양업체 26곳을 조사한 설문에서, 업체들은 경기불황의 영향에 대해 ‘추세만 관망 중’(12%)이라거나 ‘아직 뚜렷한 방안이 없다’(88%)고 응답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중소조선소들은 2000년대 중후반 호황기 때 선박 발주량이 늘어나자 무리하게 시설에 과잉투자하거나 새로 사업에 뛰어든 곳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위기 해법도 대형조선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수주물량을 받아놓고도 인도 연기, 잔금 납입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에겐 막힌 돈줄을 풀어주는 일이 시급하다. 지식경제부 고위관계자는 “패스트트랙(신속지원조처)에 들어간 중소선사는 제외하고 경영상태가 양호한 업체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향으로 이달 말 구체적인 추가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임재묵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생존 가능성이 있는 중소조선소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살리고 한계기업은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소형조선소를 수리조선소·선박블록공장이나 해상풍력·해양레저산업으로 업종 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실제 전환사례는 없다. 중소조선소 스스로 경쟁력 확보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다. 임 연구위원은 “중견조선소의 경우엔 기업 기술능력에 맞는 특정선종에 집중해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피피(SPP)조선이 5만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을 전문화해, 대형조선업체와 중국 저가업체들의 틈새를 파고드는 데 성공한 게 좋은 사례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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