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그리스가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졌다. 그리스의 국제수지 적자는 국민소득의 10%가 넘어 유럽 최고수준이다. 작년도 재정적자는 국민소득 대비 12.7%로서 역시 유럽 최고다. 이것은 유럽의 재정건전성 원칙인 3%의 4배가 넘어 누가 봐도 과도하다. 방만한 재정정책이 누적되어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국민소득의 113%로서 이 또한 유럽 최고수준이다. 그리스의 운명을 놓고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유럽 내부 지원으로 구제하는 방법. 둘째, 국제통화기금에 의지하는 방법. 셋째, 국가 파산. 세 방법에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유럽 내부 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니 ‘방만하게 살아온 그리스 국민들을 우리가 세금 내서 도울 이유가 뭐냐’는 유럽 각국 유권자들의 항의가 두렵다. 또한 빚더미에 오른 국가가 앞으로 허리끈을 졸라매고 경제개혁을 할 것인지를 엄격하게 감시해야 하는데, 같은 유럽 나라끼리는 이런 전례가 없다. 따라서 그리스의 고질병을 치유하려면 국제통화기금에 가서 혹독한 심사를 받고 소위 조건부 대출을 받는 게 옳긴 한데, 그러자니 유럽 국가들의 자존심이 영 말이 아니다. 세번째의 국가 파산도 하나의 방법이긴 한데, 그러자니 그리스에 대출해준 나라들의 손실이 크다. 그래서 진퇴양난이다. 지난 주말 독일 등 몇 나라가 그리스에 200억유로 이상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이는 첫번째 시나리오를 시사한다. 곧 다가올 그리스의 국채 발행의 성공 여부가 앞으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그러면 왜 그리스는 이런 곤경에 빠졌을까? 작년 10월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사회당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는 그리스의 182대 총리로서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총리다. 그 전 수년간 보수정당인 신민당의 집권 시기에 국제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했다. 그 이전 1980~90년대에 장기 집권했던, 사회당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현 총리의 아버지)가 정부지출을 방만하게 늘린 기록이 있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는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으며 하버드, 미네소타, 버클리, 스톡홀름 등 명문 대학에서 20년간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그 뒤 그리스로 돌아가 국적을 회복하고 정치에 입문한 뒤 결국 총리에 올랐다. 그는 반미 외교노선으로 유명했고, 보수 일색이었던 그리스 사회를 상당히 중화시킨 공로가 인정되지만 경제정책은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의 책임을 크게 물을 수도 없다. 문제의 뿌리는 훨씬 더 깊다.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최근 공저 <이번만은 다르다: 금융위기 8세기의 역사>에 의하면 그리스는 지난 2세기의 절반 이상을 국가 파산 상태에 있었다고 하니 그리스의 부채 문제는 단순한 보수, 진보의 정책 문제만이 아니고 폭넓은 역사적, 구조적,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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