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버스와 트럭을 만드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는 정규직 3500여명과 사내하청 노동자 12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올해 초 회사 측은 지난해 버스 판매가 부진했다며 버스 생산을 줄이기로 하고 사내하청 노동자 18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해서 3월5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정규직 노조는 잔업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노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도대체 노조는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최근 한국에서 노조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회사와 국민경제의 어려움, 비정규직의 고통은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이기적 조직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시장만능주의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시카고대학에서 맨 먼저 나왔다. 시카고학파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은 노조는 높은 보수를 받는 소수의 전문직, 기능직의 임금을 더 높인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소수이면서 생산과정에서 필수적인 업무를 맡고 있으므로 이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회사 측이 거부하기 어렵다. 그 반면 비숙련 노동자는 수가 많아서 임금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거니와 인력 대체도 용이하므로 그들의 임금인상 요구에 회사 측은 완강히 저항하게 된다. 그리하여 노조는 임금 불평등을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조는 노동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여 노동시장의 자유경쟁을 방해하는 일종의 독점 조직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시카고학파는 노조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그러나 하버드학파는 노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내놓았다. 하버드대학의 리처드 프리먼, 제임스 메도프 교수는 1984년에 쓴 책 <노조는 무엇을 하나?>에서 노조는 연대의 정신에 입각해서 임금 표준화 전략을 추구하므로 오히려 임금 불평등을 축소시킨다는 사실을 이론적,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그리고 노조는 노동자들이 고충을 털어놓고 해결을 촉구하는 민주적 ‘목소리’의 기능을 하며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점도 밝혔다. 노조의 생명은 연대다. 과거 스웨덴에서는 노조의 요구에 의해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임금 평등을 추구하는 ‘연대임금정책’이 추진된 바 있다. 정반대로 간 경우도 있다. 도요타 자동차 노조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다녔다. 이게 어찌 노조가 할 행동인가? 노조의 이기적 행동이 이번 도요타의 위기를 가져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가 연대의 정신에 입각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 ‘목소리’를 낸 것은 오랜만에 보는 노조의 참된 모습이며, 우리나라 노조에서 보기 드문 연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정신을 살려나가서 노조가 이기적 조직이 아니라 회사를 살리고,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긍정적 조직이라는 점을 증명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게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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