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쏘·봉고버스 생산중단
프라이드 5년만에 부활
쏘나타·마티즈 명성 여전 1955년 ‘시발’자동차로 시동을 건 뒤 지금까지 선보인 국산 승용차는 모두 130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제법 수명이 긴 장수 차종도 있다. 하지만 일정기간을 지나 판매가 시들해지면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생산을 멈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집계를 보면, 9일 현재 자동차 업체의 생산중단으로 단종된 차량은 90개나 된다. 자동차 단종을 아쉬워 할 일만은 아니다. 기존 차의 생산을 그만둔다는 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그만큼 성능이 개선된 차량이 나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차가 있으면, 뜨는 차가 있기 마련이다. 사라지는 차차차=이달 들어서만 한 때 인기를 끌었던 자동차 2종이 생산을 중단했다. 기아차의 승합차 ‘봉고버스’와 쌍용차의 스포츠실용차(SUV) ‘무쏘’다. 지난 3일 경기 광명 소하리공장에서 생산을 멈춘 봉고버스는 지난 24년 동안 승합차의 대명사로 불리며 ‘봉고 신화’를 일궈냈던 주인공이다. 기아차는 “다음달 출시하는 카니발 후속차량의 11인승 모델과 12인승이 주력인 봉고버스의 시장이 겹쳐 봉고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봉고버스 생산라인은 내년 출시할 예정인 소형 미니밴의 전용라인으로 바뀐다. 12, 15인승 승합차인 봉고버스는 기아차가 지난 81년 1t 트럭을 12인승 승합차로 개조해 내놓은 모델이다. 86년 베스타, 95년 프레지오, 2004년 봉고3버스 등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지금까지 모두 63만6천여대가 팔렸다. 그러나 레저용 차량 붐과 함께 9인승 미니밴 시대가 열리면서 인기가 시들해져 결국 단종 결정이 내려졌다. 봉고라는 이름은 이제 1t 소형트럭에만 남아 명맥을 잇게 됐다. 국내 네바퀴굴림차(4WD)의 자존심이었던 쌍용차 무쏘도 지난 8일 후속모델인 7인승 ‘카이런’이 나오면서 13년만에 생산을 멈췄다. 무쏘는 쌍용차가 3200억원을 들여 코란도훼미리에 이어 2번째로 독자개발한 모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24만7천대가 팔린 스포츠실용차의 대표주자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아시아, 중동 등 해외로도 7만5천대가 팔렸다. 이밖에도 최근 2년 사이 기아차 스펙트라를 비롯해 현대차 다이너스티, 지엠대우 누비라2 등이 생산을 중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살아난 차·수명이 긴 차=옛 명성을 잇기 위해 다시 태어난 차도 있다. 프라이드, 스포티지, 쏘나타, 마티즈 등이 대표적이다. 단종 5년 만에 부활한 기아차의 프라이드는 소형 승용차 리오의 후속모델이다. 새 차의 이름은 옛 프라이드에서 따왔지만, 엔진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새차다. 기아차가 프라이드 신화를 되살리겠다는 생각에서 옛 이름을 단 것이다. 프라이드는 경제적이면서도 내구성이 좋아 소형 승용차 시장에서 10년 넘게 각광받은 ‘베스트셀링’ 차다. 87년 3월 국내에 첫 출시된 뒤 2000년 2월까지 126만대가 팔렸다. 93년 첫 선을 보인 스포티지의 이름을 그대로 계승한 ‘스포티지’는 기아차의 최고 인기모델로 떠올랐다. 88년 처음 나온 뒤 20년 가까이 국내서만 200만대 넘게 팔린 쏘나타도 비슷한 경우다. 지난해 9월 선보인 5세대 쏘나타는 옛 이름 그대로 ‘쏘나타’를 쓴다. 두달 전 출시된 신형 그랜저도 같은 맥락이다. 그랜저는 과거 명성과 향상된 성능에 힘입어 주문이 밀려들면서 차를 넘겨받기까지 두달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다. 신형 ‘마티즈’는 국내 유일의 경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마티즈는 고유가 시대에 뛰어난 경제성으로 한국통신과 한국전력, 케이티앤지(KT&G) 등의 업무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성공한 옛 차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제품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품질과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품은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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