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점 차단” 납품내규 들어
제품 개발업체에 ‘무상’ 요구
“공기업마저 돈을 주고는 중소기업의 특허제품을 안쓸려고 하니, 애써 기술개발할 의욕이 생기겠습니까?” 경기 안산 시화공단에 자리잡은 거화금속공업의 이완이 사장은 두달여 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어이없는 요청을 받았다. 1억여원을 들여 2년여 노력 끝에 특허까지 낸 주상변압기 부싱(애자) 부품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장은 “다른 곳도 아닌 국내 최대 공기업에서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특허기술을 거저 가져가겠다니, 말문이 막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전과 거화금속 간의 특허 갈등은 지난 200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전은 기존에 사용하던 주상변압기의 일부 부품이 자주 파손되자 성능 시험과 공청회를 거쳐 새 부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한전은 ㅇ전기 등 9개 중소기업으로부터 새로운 애자를 납품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방서에 채택한 새 제품의 규격이 거화금속에서 2001년 5월 실용신안과 의장 등록을 마친 특허 제품임이 드러나면서 문제는 복잡해졌다. 거화금속은 자기네 특허를 무단으로 침해했다며 9개 납품업체를 고발했다. 그러자 한전은 뒤늦게 거화금속 쪽에 특허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한전이 내세운 근거는 내부규정이었다. 한전의 내규에는, 기자재 납품과 관련한 규정인 시방서에 특허 제품을 넣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채택한 규격에 특허 제품이 포함된 경우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거나 규격을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특허권을 가진 특정인의 독점을 막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이 특허제품을 배제하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데, 성능이 인정되면 특허기술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전 쪽의 이런 설명은 이미 2년 전 한전의 부설 연구소인 전력연구원이 주최한 ‘배전용 변압기 고품질 신기술개발’세미나에서 거화금속 제품을 신기술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거화금속은 한전이 특허 사실을 알고서도 대가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려다가 상황이 꼬이자, 아예 특허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내세우는 내부규정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황당한 규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원기 변리사는 “특정인에 대한 특혜와 유착 비리를 방지하는 것이라면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특허제품 사용을 막거나 사용허락을 빌미로 거저 사용하는게 관행이라면 어느 중소기업이 땀흘려 기술개발에 뛰어들겠는가”라고 말했다. 특허 사용을 받아내려던 한전 쪽은 사정이 여의치않자 최근 시방서 제품보다 성능이 한참 떨어진, 40년 전에 개발된 외국제품으로 바꿔버렸다. 이 사장은 “한전이 몇 푼의 기술료 때문에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까지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지난달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에서 앞으로 5년동안 2천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모범사례로 소개됐던 곳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제품 개발업체에 ‘무상’ 요구
“공기업마저 돈을 주고는 중소기업의 특허제품을 안쓸려고 하니, 애써 기술개발할 의욕이 생기겠습니까?” 경기 안산 시화공단에 자리잡은 거화금속공업의 이완이 사장은 두달여 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어이없는 요청을 받았다. 1억여원을 들여 2년여 노력 끝에 특허까지 낸 주상변압기 부싱(애자) 부품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장은 “다른 곳도 아닌 국내 최대 공기업에서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특허기술을 거저 가져가겠다니, 말문이 막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전과 거화금속 간의 특허 갈등은 지난 200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전은 기존에 사용하던 주상변압기의 일부 부품이 자주 파손되자 성능 시험과 공청회를 거쳐 새 부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한전은 ㅇ전기 등 9개 중소기업으로부터 새로운 애자를 납품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방서에 채택한 새 제품의 규격이 거화금속에서 2001년 5월 실용신안과 의장 등록을 마친 특허 제품임이 드러나면서 문제는 복잡해졌다. 거화금속은 자기네 특허를 무단으로 침해했다며 9개 납품업체를 고발했다. 그러자 한전은 뒤늦게 거화금속 쪽에 특허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한전이 내세운 근거는 내부규정이었다. 한전의 내규에는, 기자재 납품과 관련한 규정인 시방서에 특허 제품을 넣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채택한 규격에 특허 제품이 포함된 경우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거나 규격을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특허권을 가진 특정인의 독점을 막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이 특허제품을 배제하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데, 성능이 인정되면 특허기술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전 쪽의 이런 설명은 이미 2년 전 한전의 부설 연구소인 전력연구원이 주최한 ‘배전용 변압기 고품질 신기술개발’세미나에서 거화금속 제품을 신기술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거화금속은 한전이 특허 사실을 알고서도 대가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려다가 상황이 꼬이자, 아예 특허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내세우는 내부규정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황당한 규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원기 변리사는 “특정인에 대한 특혜와 유착 비리를 방지하는 것이라면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특허제품 사용을 막거나 사용허락을 빌미로 거저 사용하는게 관행이라면 어느 중소기업이 땀흘려 기술개발에 뛰어들겠는가”라고 말했다. 특허 사용을 받아내려던 한전 쪽은 사정이 여의치않자 최근 시방서 제품보다 성능이 한참 떨어진, 40년 전에 개발된 외국제품으로 바꿔버렸다. 이 사장은 “한전이 몇 푼의 기술료 때문에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까지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지난달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에서 앞으로 5년동안 2천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모범사례로 소개됐던 곳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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