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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파견 미화원에 “여사님”…직원존중이 서비스질 높여

등록 2010-04-11 22:29수정 2010-05-18 09:57

서울 영등포동 경방타임스퀘어 지하 미화노동자 쉼터에 모인 삼구개발 소속 청소용역 직원들이 정기 간담회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 김도형 관리소장(오른쪽 남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서울 영등포동 경방타임스퀘어 지하 미화노동자 쉼터에 모인 삼구개발 소속 청소용역 직원들이 정기 간담회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 김도형 관리소장(오른쪽 남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삼구개발




청소·경비 등 아웃소싱업체
본사·현장직원 모두 정규직
용역비 낮춰 부르지 않아도
대한항공 등 10년이상 계약

“여름철에는 샌들형이 좋아. 발도 덜 피곤하고.” “병원 간호사들이 신는 하얀 신발 있잖아요.”

서울 영등포역 인근 대형 쇼핑타운 ‘경방 타임스퀘어’ 지하 미화노동자 쉼터에 10여명의 중년 아주머니들이 모여 앉았다. 그 앞에 앉은 삼구개발 박준길 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들을 노트에 적는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간담회 시간이다. 현장을 맡은 김도형 관리소장이 중간에 “여사님들, 중매 좀 서요”라고 말하자, 아주머니들은 “박 차장 눈이 워낙 높아야지”라고 받는다. 화기애애하다. 그런데, 호칭이 여사님? 박 차장은 “우리는 건물 미화를 담당하시는 아주머니분들은 여사님, 건물 경비를 담당하시는 아저씨분들은 선생님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삼구개발은 흔히 ‘인력파견’이라 일컬어지는 아웃소싱 전문업체다. ‘사모님’, ‘선생님’이란 호칭은 이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회사 구자관(66) 회장의 설명이다. “사람들은 저에게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8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니 대단합니다’라고.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게 아니라, 그 8000분이 벌어주시는 돈으로 제가 먹고 사는 겁니다’라고. 그러니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을 대해야 하고, 최고 수준의 월급을 주고 대우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삼구개발은 본사 직원 120여명은 물론 현장 직원 8800여명까지 모두 정규직이다. 동일범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매출액이 1800억원 정도였는데, 단기순이익은 11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며 “대부분 임직원들의 급여로 나가고, 남는 돈도 대부분 성과급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자관 회장과 동일범 사장은 가끔 입씨름을 한다. 동일범 사장이 “회사의 장기성장성을 위해 사내 유보를 늘려야 한다”고 하면, 구 회장은 “회사가 진심을 다해 사람들을 섬기면 장기성장성은 확보된다”고 답한다.

경영본부 권용민 대리는 “해마다 회사에서 ‘우수 현장사원’을 선정해서 호텔에서 부부동반 저녁을 먹는 행사가 있다”며 “우리는 ‘비용 절약 차원에서 행사 장소를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바꾸자’고 제안하지만 늘 거부된다”고 말했다. 평생 백화점·호텔에서 일만 해온 사람들인데, 최고사원으로 뽑혔다면 한번쯤 최고급 호텔에서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집에 돌아가면 집안의 가장이자 부모이기에 제가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에서 “도둑질은 해봤냐”고 묻는다. “안 해봤다”면 채용하지 않는다. 누구든 부모 호주머니에서 100원은 꺼내본 적이 있을 텐데, 그런 건 도둑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부정직하다고, 그럴 일도 없이 유복하게 자란 이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고됨과 힘겨움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구 회장도 현장 노동자들의 심정을 늘 이해해야 한다는 심정에서 아직도 서울 마포구의 19평짜리 서민 아파트에서 산다.

삼구개발의 대졸 초임은 3000만원 정도로, 중견기업으로는 높은 편이다. 높은 생산성 덕이다. 동일범 사장은 “경쟁 업체는 본사 직원 1인당 30~40명을 담당하는 정도지만, 저희 회사는 1인당 80명 가까이를 맡는다”며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시스템을 최적화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현장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구자관 회장은 “경쟁 회사와 달리 삼구개발은 원청업체에서 받은 돈은 모두 현장노동자에게 준다”며 “대신 회사는 원청업체와 대행료 명목으로 2~3%의 수수료를 따로 받아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수수료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그 비용을 삼구개발이 부담한다”며 “실제로 여의도의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은 연 4000만원가량 손해를 보고 대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파견업은 진입장벽이 없는 진짜 ‘레드오션’이다. 용역비를 낮추는 계약을 하게 되면 현장노동자는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그 반대로 하니 노동의 질이 높아지게 되고, 장기계약으로 이어졌다. 삼구개발은 대한항공과는 25년, 신세계와는 15년, 에스케이(SK)와는 10년 장기계약을 맺고 있다.

삼구개발의 직원 존중 정신은 때로 원청업체를 바꾸기도 한다. 청소를 맡은 미화노동자의 쉼터를 배려하는 기업이나 건물은 많지 않다. 그들의 쉼터는 대부분 지하 주차장에 베니어합판으로 칸막이를 세우고 스티로폼을 깐 바닥이나 보일러실이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곳도 있다. 삼구개발은 이런 조건의 현장과는 계약하지 않는다. 경방 타임스퀘어는 설계 때부터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관리직원들은 ‘여사님’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타임스퀘어의 담당 직원인 나세현씨는 “처음에는 여사님이란 표현이 어색했는데 쓰다 보니 익숙해졌다”며 “힘든 일 하시는 분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겨 저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들병원 등 다른 공간으로도 퍼지고 있다. 진심은 늘 통하는 모양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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