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주식 상승 펀드투자금 손실 가능성 낮아
최근 대량환매는 ‘본전회수 손털기’ 현상
주식 상승 펀드투자금 손실 가능성 낮아
최근 대량환매는 ‘본전회수 손털기’ 현상
지난달 말부터 가속화된 펀드 대량 환매 사태에 대해 ‘펀드런’이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느냐를 놓고 작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펀드런은 뱅크런에서 비롯된 말이므로, 뱅크런의 의미부터 살펴보죠. 뱅크런이란 은행 예금의 동시 인출사태를 일컫는 표현으로, ‘은행으로 달려가다’(run to the bank)의 준말입니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거나 특정 은행이 도산할 우려가 있을 때, 돈을 맡긴 사람들이 일제히 은행으로 달려가 줄을 서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의 펀드 대량 환매 사태를 펀드런으로 불러도 될까요?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답합니다. 현실과 맞지 않는 선정적인 용어라는 겁니다. 일단 주식형 펀드의 기초자산인 주식시장이 폭락하기는 커녕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주식시장은 외국인이라는 든든한 매수세력이 펀드 환매 물량을 받아내면서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2일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1785억원이 순유출됐습니다. 20, 21일 이틀간 30억~40억원대로 급감했던 유출 규모가 다시 크게 늘어난 겁니다. 골드만삭스 피소 사건으로 19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팔자로 돌아서자 다음날 펀드 환매가 급감했다가 외국인들이 사기 시작하자 다시 늘어났습니다.
지금의 환매 사태는 적절한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본전을 찾아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2007~2008년 주가가 1700~1800 사이일 때 펀드로 들어온 자금이 5조5076억원이었는데, 주가가 1700선에 안착한 4월 들어서만 3조6505억원(22일까지)이 빠져나간 걸 보면 본전을 약간 웃도는 수익률에 만족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가가 1750선을 돌파하고 1800을 향해 더 치고 올라간다면 환매 행렬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1800~1900 사이에 들어온 돈이 9조7301억원으로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진짜 펀드런 현상은 1999년 ‘대우채 환매 사태’ 당시에 있었습니다.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충격으로 굴지의 기업들이 줄도산을 당하던 때였죠. 세계 경영의 전도사 김우중 회장이 이끌던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대우그룹 채권이 포함된 펀드 자금을 빼려는 행렬이 쇄도했습니다. 망할 지경에 처한 투신사들은 환매 중단을 선언했고, 정부가 나서서 원금을 보장해주기로 하고 나서야 겨우 진정됐습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