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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골드만삭스, 신 혹은 흡혈귀?

등록 2010-04-25 17:35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난 16일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와 31살의 부회장 파브리스 투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사기 혐의로 제소됐다. 골드만의 주가는 하루 만에 12% 폭락했다.

2007년 골드만은 헤지펀드 폴슨의 제안에 따라 투르의 주도 아래 아바쿠스라는 이름의 부채담보부증권(CDO) 판매를 중개했는데, 이 증권은 그 뒤 가격이 폭락해서 휴지 조각이 되었다. 이 증권을 산 사람들은 10억달러의 손실을 본 반면 당시 미국의 주택 붐이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감지한 폴슨은 고객들과는 반대로 이 증권의 가격 하락 쪽에 돈을 걸어 10억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골드만은 이 거래를 중개한 수수료로 1500만달러를 벌었다. 만일 폴슨이 이 상품의 배후에 있고, 가격 하락 쪽에 돈을 걸었다는 사실을 골드만이 고객들에게 공지했더라면 사람들은 이 증권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제소의 핵심이다.

이번 금융위기가 월가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는데도 여전히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등 월가의 방만한 행동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은 하늘을 찌르는데, 정작 아직 한 명도 법의 심판을 받은 사람이 없다. 이번주부터 새로운 금융규제 법안 심의가 미국 의회에서 시작되는데, 골드만 사건은 명백히 규제법안 통과에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새로운 금융규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확률을 60~70% 정도로 보고 있었는데, 이번 골드만 제소를 보면서 그 확률이 90%로 높아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중에 금융파생상품을 좀더 강력히 규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그때 재무부 장관으로 있던 로버트 루빈과 로런스 서머스가 대통령에게 잘못 조언한 것을 원망했다. 서머스는 오바마 밑에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그래서 금융개혁이 지지부진이란 설이 있다. 골드만 출신으로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 등 재무부 장관과 백악관 인맥이 즐비하여 골드만은 ‘워싱턴의 사관학교’라 불린다.

골드만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골드만이 ‘신의 일’을 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던 골드만 회장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27일부터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서 곤욕을 치를 것이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정보 수집을 중시하는 골드만을 가리켜 ‘금융아메바’로 묘사한다. 잡지 <롤링 스톤>은 골드만을 가리켜 ‘인간의 얼굴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거대한 흡혈문어’라고 혹평한 적이 있고,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은 이번 사건을 보면서 골드만의 ‘도덕적 파산’에 일격을 가했다.

마차 행상을 하던 독일계 유대인 마르쿠스 골드만과 그의 사위 샘 삭스에 의해 1882년 창립된 골드만 삭스는 개인주의가 강한 월가에서 유독 팀워크를 강조하기 때문에 ‘독일식 파쇼’로 불린다. 직원 2만명의 거대 금융제국 골드만이 이번 위기로 휘청거릴지, 아니면 많은 금융사건에서 그랬듯이 벌금을 내는 선에서 증권거래위원회와 적당히 타협할 것인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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