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외국인순매도 사상 최대
그리스 재정위기에서 촉발된 남유럽발 금융불안 문제가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세계 금융시장을 사흘째 크게 흔들었다.
6일(현지시각) 미국 증시는 대서양을 넘어온 유럽발 위기로 요동쳤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47.80(3.2%) 떨어진 1만520.32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7일에도 3.1%나 떨어졌다.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도 나흘째 하락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37.21(2.21%) 내린 1647.50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조2374억원을 순매도했다.
세계적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연일 추락하고 있는 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금과 달러,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2008년 미국 월가발 금융위기의 늪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세계경제가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은 세계 금융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비단 그리스만의 위기가 아니라 유로존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라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사실 그리스가 유로 경제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총생산 기준으로 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리스 재정난이 강한 전염력을 보이는 것은 유로존 자체가 적잖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탓이다. 이흥모 한국은행 해외조사실장은 “단일환율 적용, 재정통합이 배제된 화폐통합, 전염 효과 등은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이라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꼬리를 문 맞보증 관계로 물린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독일은 스페인, 스페인은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그리스에 수백억달러에서 수천억달러씩 돈을 빌려줬다.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리스발 위기는 언제까지 지속되고 어디까지 번질 것인가? 서로 얽혀 있는 유럽 나라들의 상황이 악화할 경우 국가채무 불이행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금융위기 때처럼 국제 금융시장에서 심각한 신용경색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유럽에 1조달러가 넘는 대출을 해준 미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유럽발 위기가 국내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위기가 단기에 수습되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홍대선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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