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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노인국가냐 복지국가냐?

등록 2010-05-16 21:04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난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는 충격적이었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중 2030년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율에서 한국은 일본,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4위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노인 인구 비율은 1970년에 3.1%로서 20개국 중 가장 낮았지만 2000년에는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앞으로 2019년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고령화 추세는 2030년 이후에도 꾸준히 지속되어 2050년에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노인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은 현재 세계적 추세지만 유독 한국은 그 속도가 빠르다. 선진국들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해서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개 100년 내외로서 완만한 현상인 데 반해서 한국은 26년이니 아예 비교가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은 마라톤 선수처럼 달리는데 한국은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처럼 질주하고 있다. 우리는 고령화 전망을 심각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고령화가 진행할수록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줄어들고, 노인 부양의 부담이 증가하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령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의학의 발달, 섭생의 개선으로 인간 수명이 연장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출산율 하락이다. 고령화 비율의 분자인 65살 이상 인구가 증가하는 것도 있지만, 분모에 해당하는 젊은 인구가 유입되지 않는 게 더 문제다. 가임여성 1인이 평생 출산하는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을 보면, 한국의 경우 1960년에는 6.0명, 1970년에는 4.5명이던 것이 1990년대 이후 급격히 떨어져서 지난해에는 1.15명으로 세계 최하 수준까지 떨어져 버렸다.

한국의 출산율이 급전직하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의 증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같은 요인도 있지만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애 하나에 따르는 보육비, 교육비,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젊은 부부들이 ‘출산파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복지국가 건설을 게을리하고 생활의 모든 부담을 개인과 시장에 돌린 결과가 세계 최저 출산율이다. 우리와 세계 최저 출산율을 다투는 대만, 홍콩, 일본이 소득은 높으나 복지 후진국이고, 남녀차별이 심한 나라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답은 복지국가밖에 없다. 프랑스, 스웨덴은 19세기에 이미 고령화가 시작됐지만 100년 넘게 건재하며 현재 출산율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프랑스는 한때 출산율 하락을 겪었으나 출산 및 양육을 국가 책임으로 인식하고 공공보육 지원, 출산휴가 연장, 가족수당 지급 등 획기적 정책으로 반전에 성공한 것을 거울삼아 우리도 나라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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